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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국산 에스컬레이터 공급망 다시 짠다…교체시장 '정조준'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28 12:04

2014년 국내 생산 중단 후 약해진 부품·기술 기반 복원
자회사·중소기업 합작 회사 ‘K에스컬레이터’ 2025년 첫 납품
서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34%가 20년 넘어…부품 조달이 관건
공공 수주·전문인력 확보가 과제…북미 인증도 추진

거창 K에스컬레이터. /사진=현대엘리베이터

거창 K에스컬레이터. /사진=현대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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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현대엘리베이터가 중소기업들과 손잡고 국산 에스컬레이터 생산·공급망 재건에 나선다. 2014년 국내 생산을 멈춘 뒤 약해진 부품·기술 기반을 되살려 완제품 생산부터 부품 공급, 유지보수까지 하나로 잇겠다는 구상이다. 수입 제품 위주로 굴러가던 국내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시장이 공략 대상이다.

사업은 현대엘리베이터 자회사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가 중소 승강기업체들과 2024년 경남 거창에 함께 세운 ‘K에스컬레이터’가 맡는다. 이 회사는 2025년 첫 납품을 시작해 연 매출 약 4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는 북미 수출에 필요한 인증 작업에도 들어갔다. 국내 생산이 끊긴 지 10여 년 만에 국산 에스컬레이터가 다시 현장에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노후화…부품 확보 중요

현대엘리베이터가 국산 공급망 복원에 나선 배경에는 늘어나는 노후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에스컬레이터는 오래 쓸수록 주요 부품을 갈아야 할 일이 많아진다. 디딤판 체인과 구동장치, 안전장치, 제어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용객이 많은 지하철역은 오랜 시간 운행하고 무게도 반복해서 실리기 때문에 부품이 닳는 데 영향을 준다.

서울시의회 고찬양 의원실 등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에스컬레이터 가운데 20년 이상 사용한 설비는 647대로, 전체의 약 34%에 이른다.

보수 예산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올해 에스컬레이터 중보수 예산은 55억6700만 원인데, 지난 6월까지 이미 52억3900만 원이 쓰였다. 상반기에만 예산의 94.1%를 집행한 셈이다.

문제는 고장이 난 뒤다. 부품을 제때 구하지 못하면 복구도 늦어진다. 만든 회사가 없어졌거나 부품 생산이 끝난 기종은 규격에 맞는 제품을 찾기 어렵다. 해외에 주문 제작을 맡겨야 하는 경우에는 부품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수리가 밀리기도 한다. 설비를 새것으로 바꾸는 것만큼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해진 이유다.

서울교통공사 에스컬레이터 현황. /자료=현대엘리베이터, 서울시의회 고찬양 의원실

서울교통공사 에스컬레이터 현황. /자료=현대엘리베이터, 서울시의회 고찬양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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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에 밀려 생산 중단…경남 거창에 거점 재건

국내 에스컬레이터 시장은 그동안 중국산 완제품을 들여와 설치하는 구조로 바뀌어 왔다. 가격 경쟁이 거세지면서 현대엘리베이터도 2014년 국내 생산을 접었다. 이후 국내 생산·부품 기반이 약해졌고, 여러 중국 제조사의 다양한 기종이 국내에 들어왔다.
다만 고장에는 제품 제조국뿐 아니라 사용 기간, 운행량, 관리 상태 등도 영향을 준다. 문제는 일부 수입 기종은 고장이 나면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품 수급 문제 때문에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에스컬레이터를 쓰지 못한 사례도 있다.

K에스컬레이터는 이 빈틈을 겨냥한다. 참여 중소기업들과 함께 주요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고, 완제품 생산에서 유지보수까지 이어지는 국내 공급망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제품 생산과 부품 공급을 묶어 설비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K에스컬레이터는 2024년 3월 법인을 세우고 같은 해 8월 공장을 완공했다. 공장은 연면적 약 7933㎡ 규모로, 최대 6개 생산라인을 돌릴 수 있다. 공장 옆에는 높이 21m짜리 에스컬레이터가 세워져 있다. 회사는 출범 당시부터 공공시설용과 리모델링용 제품을 우선 생산하겠다고 밝혀 왔다.

생산 거점은 경상남도 거창군에 마련됐다. 거창군은 2019년 승강기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승강기밸리산업특구’로 지정된 곳으로,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승강기안전기술원과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 전문기업들이 모여 있다. 제품 생산과 시험·인증, 전문인력 양성을 한곳에서 연결할 여건을 갖췄다.

공공 수주·인력 확보가 과제…해외 판로도 모색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려면 꾸준한 수주가 뒷받침돼야 한다. 민간 시장에서는 값싼 수입 제품과 경쟁해야 하고, 공공시설 교체 물량은 운영기관의 예산과 발주 일정에 따라 달라진다. 생산기업과 부품업체가 투자와 고용을 이어가려면 안정적인 수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공공입찰에서 ‘생애주기 비용’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애주기 비용은 처음 살 때 드는 값뿐 아니라 설비를 쓰는 기간 전체에 들어가는 비용을 함께 보는 개념이다. 초기 구매가격에 더해 내구성, 부품을 얼마나 오래 공급받을 수 있는지, 유지보수 비용, 안전성까지 평가하자는 것이다. 한번 설치하면 오래 쓰는 설비인 만큼 들여온 뒤의 운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력 양성도 과제다. 국내 생산이 멈춘 동안 숙련 인력이 흩어지면서 기술을 물려줄 기반이 약해진 만큼, 완제품 생산과 부품 공급을 이어가려면 제조·정비 분야 인력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K에스컬레이터는 국내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해외 판로도 찾고 있다. 지난달부터 북미 수출에 필요한 인증 취득을 추진 중으로, 국내에서 납품 실적을 쌓으면서 해외시장에 들어갈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2024년 출범 당시에도 5년 안에 혁신 모델을 개발해 해외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와 참여 중소기업들은 완제품 생산뿐 아니라 주요 부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기반도 함께 만들고 있다. 국내 공공시설과 리모델링 수요에 맞춘 제품을 공급하면서, 참여 중소기업과의 협력으로 부품 개발과 국산화 기반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국내 공공시설과 노후설비 교체 수요에 대응하며 생산과 유지보수를 연결하는 협력체계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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