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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 이커머스의 습격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1-15 00:00

▲ 박슬기 기자

▲ 박슬기 기자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얼마 전 모임에서 한 친구가 말했다. “난 이제 쿠팡, 다이소에서 물건 안 사. 무조건 알리만 써. 엄청 싼데 품질도 괜찮거든.” 최근 국내 시장에서 급격히 커진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존재감이 확 와 닿는 순간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는 흡사 ‘쿠팡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쿠팡 애용자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젠 더 저렴한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로 슬슬 갈아타는 모습이 보인다. 높은 가격 경쟁력과 뒤지지 않는 품질에 배송 속도로 제법 빠르다.

게다가 ‘중국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짝퉁, 품질불량, 배송불량 등으로 불신을 키웠던 과거 인식은 사라져가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또 다른 친구는 우스갯소리로 “택배는 쌓이지만 통장잔고는 줄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높은 만족도를 표했다. 얼마나 저렴하기에 그럴까 앱을 깔고 들어가 봤다. 파격 그 자체다. 첫 주문 전용 특가로 상품 3개 구매 시 1500원부터 판매했다. 주방용품부터 뷰티, 디지털, 패션소품, 가정용품 등까지 없는 게 없어 한동안 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평소 알리를 자주 이용하는 30대 주부는 “네이버에서 3만원 하는 샤워기를 알리에서 만원에 살 수 있었다. 바로 주문했다”며 “알리만큼 싼 데가 없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 이야기가 나오자 너도나도 이용 후기를 털어놓는 모습을 보니 중국 이커머스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있음을 실감했다.

얼마 전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는 “지난해 1~11월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1·2위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격적 행보에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도 “쿠팡, 네이버 등 커머스 업체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산 품질이 국내만 못하더라도 지속되는 고물가에 소비자들 손길이 결국 더 저렴한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점령당한 것처럼 보인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기업 데이터A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쇼핑 앱 다운로드 1~3위를 중국 플랫폼(테무·쉬인·알리익스프레스)이 싹쓸이했다. 2017년 미국에 진출한 쉬인은 이용자 수가 2억5000만명이 넘는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혁신적으로 나서야겠지만 여러 가지 제약과 외부 환경으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한 이커머스 업체들은 출혈경쟁을 하며 외형을 키워왔다. 하지만 엔데믹 시대가 오고 성장세가 둔화되자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광고와 마케팅 축소는 물론 비효율 사업 철수, 어떤 곳은 희망퇴직까지 받았다.

반면 중국 이커머스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국내에 물류센터를 직접 세우고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거라고 선포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자본력 앞에서 힘을 쓰기엔 좀처럼 쉽진 않지만, 지금 상황에선 결국 중국보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팔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 외에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국내 이커머스들 경쟁력 약화가 비단 업체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경쟁촉진법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나선 것도 위기 조성 요인 중 하나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기업들이 거대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이커머스에 대한 역차별로 성장에 제동을 걸지는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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