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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지속 불능이 진짜 위기, 전환해야 산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9-12-30 00:00

▲사진 : 정희윤 산업부장

▲사진 : 정희윤 산업부장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2018년부터 불거진 2019년 한국 경제 위기 발발설이 빗나간 채 2020년을 맞이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우리가 몽매해서 비싼 수업료를 낸 셈 쳐야 할 일이었다. 금리가 싸다고 단기 외채로 국내에서 필요한 자금을 끌어다 쓴 규모가 장기 외채의 두 배를 넘겼던 일이 그때는 버젓이 이뤄졌던 때다.

지금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그 난리를 겪은 아픔 만큼 성숙해지는 데는 실패했던 것이라 보는 게 옳다. 2003년 카드대란은 또 어땠나?

길거리 카드모집을 억제해야한다는 금융감독원 내부의 정상적 사고가 ‘과도한 규제’라는 외풍에 무력화 되면서 견고해야할 ‘신용’의 둑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카드사들은 상환능력보다 많은 한도를 줬고 당장 쓰는데 문제 없어보인 적지 않은 이용자들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까지 동원해서 돌려막기 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비정상 ‘신용’ 창출은 급기야 위기로 번졌다. 일부 카드사와 캐피탈사들이 채권을 찍을 길이 막히자 갚을 능력 이상으로 쓰던 이용자들에게 상환 독촉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금까지 유용하다고 믿었던 이론과 모델이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이니까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할 텐데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금융회사들과 대기업들의 돈줄을 마르게 하는 ‘외생 악재’로 불어닥치던 2009년 한 고위 당국자가 기자간담회 테이블에서 털어놓았던 넋두리다.

미국 모기지론 회사들이 신용부여를 하기에는 완벽하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주택구입 자금을 대줬던 이른바 ‘알트A’ 대출에서 부실이 났던 것이 서브프리임모지지 위기였다.

위기는 미국 내 모기지 회사들만 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돌고 돌아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외화자금 구하기 어려워지고 기업들의 수출이 줄어드는 고통으로 다가왔으니 과거의 잣대와 이론으로는 처방전을 쓰기가 쉽지 않은 만도 했다.

미국에선 ‘약탈적 금융’에 분노한 대학생과 시민들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라도 벌였지만 우리나라에선 고통을 마냥 감내해야만 했던 때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우리나리에서도 경제학의 새로운 틀을 짜거나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돌보려는 개혁적인 조치는 일어나지 않았다.

국제금융기구가 금융회사 자본 건전성을 높이도록 하는 정도의 제도변화가 고작이었고 한국은행과 우리 금융감독당국이 발빠르게 따라간 것 이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고통스런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는데 다시 큰 위기가 온다고 경고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수 있다. 위기 발발의 시기가 이번엔 2020년이라고 톤을 높인다.

대외 요인으로는 중국 경제 퇴조를 전제하고 있으며, 신흥국 불안과 글로벌 수요 부진을 손꼽는다.

위기론 전파자들이 최근에는 세계경제 피크 붕괴론을 들고 나왔다. 스마트폰 글로벌 수요는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피크를 찍고 역성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등등의 피크 가설은 이미 점등이 돼 있던 경고 신호였다.

국내 경제지표 면에선 수출 증가율 감소, 경제성장률 하향세, 소득·소비 동반 부진 등이 위기론의 근거다.

사실 우리 경제 전방에서 작동하는 선진국 경제가 저성장에 빠진 지 오래다. 우리 제품 수출비중이 높은 미국은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대통령이 통상정책을 득표 수단으로 삼고 있어 이득을 보기 어렵다.

그나마 개발이 늦게 일어난 몇몇 나라들이 우리 수출기업들에게 단비 노릇을 하는 형국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저물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 가운데 바둑이 있다. 고령화가 진행됐다는데 기원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이창호 이세돌 열풍에 힘 입어 한 때 인기였던 동네 바둑교실, 바둑도장 거점들도 쇠퇴했다.

이 현상을 두고 혹시 우리 사회가 복기(復碁)를 통해 실패를 성공의 거울로 삼았던 덕성을 저버리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면 너무 과민한 일일까?

뒤도 돌아볼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리던 고도성장기 사회문화 코드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는 한 단면이라고 해석한다면 과한 억측일까?

복기는 정말 중요하다. 바둑의 미덕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세계 기왕전 타이틀 결정전 대국에서 불계패를 당한 사람과 우승한 사람이 다시 승부처로 돌아가서 그 때 왜 그랬는지 돌아본다.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메우려는 경건한 의식과도 같다.

공격적인 투자 없이 큰 성과를 낼 수는 없고 도전하는 자만이 예상을 초월하는 성공을 이룬다는 논리가 통했던 고도성장기 한국 경제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 한국 경제 위기론의 배후 혹은 근저에 다시 성장률을 높이고 돌격 앞으로 국민총화하자는 케케묵은 의지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진단은 바른 처방과 재활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수출이 줄어드는 증세는 외환위기 초반 김우중 당시 전경련 회장이 밀어붙이기 수출을 했던 때 이후 좋게 평가받은 적이 있었던가.

경제성장률은 항상 부족하다고 했고 사상최고의 외환보유고와 더불어 대외지불부담도 사상최고이며 다시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더불어 가계부채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동안의 패러다임으로 처방을 성실하게 따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다.

피크 붕괴론의 저변에는 선진국 경제 성장시스템에 한계가 왔다는 진실이 있다.

우리 경제 전방 여건이 그렇기 때문에 뜻있는 전문가들은 기술추종에서 벗어나서 미래 주력분야 핵심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낮은 인건비를 기초로한 가격경쟁력으로 수출해서 벌어먹던 걸로는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이 진정한 위기다.

국제신용평가기관과 초국적 IB들이 우리 기업 잘되기를 바라는 집단인 것이 아니라는 교훈도 잊지 말자, 과해보이는 투자일지언정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투자를 하는 상태에서 적자가 난 것도 아니고 일시적으로 이익이 둔화됐다고 신용등급을 후려치고 주식에서 발빼는 행태. 무척 낯익지 않은가?

성과와 효율을 아예 무시하자는 패러다임이 아니라 우리의 새 기준은 지속가능이어야 한다.

내년에 당장 수출 늘리자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10년엔 더 낫게 20년 뒤엔 훨씬 더 나아지려면 인재육성과 고용, 기술투자와 가계경제 안정성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 없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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