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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신탁시장 진격…하나 ‘양육’·KB ‘펫’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18-06-25 00:00 최종수정 : 2018-06-25 00:17

고령사회 비이자수익 확보처 주목
투자형금전신탁→종합자산관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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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 A씨는 미혼 한부모 가정인 본인의 자녀를 위해 양육비 지원신탁에 가입했다. 아무래도 양육비 지급의무가 있는 전 배우자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신탁에 맡겨 미성년인 자녀에게 지급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 B씨는 반려동물을 위한 펫(pet)코노미 신탁상품에 가입했다. 양육자금을 상속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료비를 위한 자금 인출 기능도 있어서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더할 수 있었다.

은행권의 신탁시장 선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고령사회로 갈수록 자산관리 수요가 커지고 대중적인 신탁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신탁이 비(非)이자수익 규모를 키우려는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KEB하나은행 '양육비 지원신탁' / 사진= 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 '양육비 지원신탁' / 사진= KEB하나은행

◇ 신탁조직 보강…상품 라인업 확대

신탁은 말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뜻이다. 은행은 고객이 믿고 맡긴 자금·부동산 등을 운용하고 관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신한·우리·KB국민 등 주요 4대 시중은행은 행내 신탁조직을 확대하고 관련 인력도 증원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신탁본부를 신탁사업단으로 격상했다.

KB국민은행도 신탁그룹으로 확대 개편했고, 우리은행도 조직을 보강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신탁사업본부를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했다.

은행들은 고객 자산 포트폴리오의 핵심 상품으로 신탁 상품의 기여도를 확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각 은행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4대 시중은행의 신탁 자산규모는 올해 3월말 현재 총 200조원을 웃돌고 있다. 다만 특정금전신탁 비중이 크다는 점이 숙제로 꼽힌다.

KEB하나은행은 신탁 종주은행으로 지난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상속 고민을 해결할 ‘유언대용신탁’(하나리빙트러스트)을 출시했다.

지난 2016년에는 치매에 종합적으로 대비하는 ‘치매안심신탁’도 선보였다.

치매 안심신탁은 상속 지원은 물론 병원비·간병비·생활비 등을 안전하게 지급관리 해주고, 치매 발병 초기부터 중증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종합 맞춤형 자산관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 7월부터 시행된 성년후견제도에 따라 후견 심판을 받은 발달장애인 등의 재산관리를 맡는 ‘성년후견지원신탁’도 있다.

피후견인에게 매월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하고, 동시에 금전·부동산 등 주요 재산을 안전하게 보전하고 관리한다.

KEB하나은행은 대형 재난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미성년 자녀의 재산과 보험금 등을 성인이 될 때까지 특정금전신탁으로 맡기도 했다.

이혼한 부부가 자녀를 양육하다가 한쪽 부모가 사망할 경우도 미성년후견지원신탁 영역이다.

또 지난해 3월에는 보급형 상속 상품인 ‘가족배려신탁’도 출시됐다. 본인 사후 장례비부터 세금·채무 등을 미리 준비해서 가족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별도의 유산분할 협의 없이도 신속하게 귀속 권리자에게 신탁된 금전재산을 지급할 수 있다. 상조·유산정리·상속 컨설팅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된다.

올해 1월에는 한 부모 가정(미혼 한 부모 가정 포함)의 자녀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육비 지원신탁’도 선보였다.

신탁에서 양육비를 관리해서 미성년 자녀에게 직접 지급되도록 설계됐다.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전 배우자를 불신하는 경향에 착안한 상품이다. 양육비 관련 법적 분쟁과 다툼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2016년 금융권 최초로 ‘KB펫코노미신탁’을 출시한 점이 꼽힌다. 반려동물 증가와 1인가구 확대라는 사회적 추세에 발맞췄다.

반려동물 주인이 은행에 자금을 맡기면 본인이 사망할 경우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수익자)에게 은행이 필요한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펫신탁 상품을 개편하기도 했다. 기존 상품은 반려동물 양육자금의 상속 중심이었던 반면, 이번 개편에서는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도록 대상을 확대하고 일부 인출 기능을 더했다.
KB국민은행, 펫(PET)신탁 업무제휴 / 사진=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펫(PET)신탁 업무제휴 / 사진= KB국민은행

반려동물 양육자는 물론 장래에 반려동물 입양을 계획 중이던 고객들도 가입이 가능해졌다.

또 양육자금 상속 기능 외에 반려동물 입양, 의료비 등을 위한 자금 일부 인출 기능으로 자금 운용의 유연성까지 더해졌다.

지난해 11월 조부모가 손주를 위해 가입하는 보급형 상속·증여상품인 ‘KB금지옥엽신탁’도 출시됐다.

상속형은 본인이 사망했을 때 사전에 지정한 방법대로 손주에게 용돈을 지급하고, 증여형은 손주의 대학 입학, 자동차 구입, 결혼 등 특별한 이벤트 때 신탁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또 KB국민은행은 올 3월 장애인 자녀를 위한 ‘KB 한울타리신탁’을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국내 최초 기부연금 신탁인 ‘우리나눔신탁’을 선보였다. 우리나눔신탁은 기부자가 상품에 가입하면 가입금액의 50%는 기부하고, 나머지 50%는 연금으로 수령하는 특정금전신탁 상품이다.

기부시점에 따라 생전기부형과 사후기부형이 있다. 생전기부형은 기부자가 상품 가입과 동시에 가입금액의 50%를 기부하는 구조다. 사후기부형은 사망시 잔여 금액을 기부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고객이 기부 이후 생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신한은행도 주식·ETF(상장지수펀드), 국내·해외채권, 수익증권, 구조화상품 등 다양한 투자자산을 하나의 계좌에서 관리할 수 있는 ‘맞춤형 신탁’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2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유언기부신탁’ 신상품 4종을 출시키도 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하드웨어 볼륨을 키우고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신탁운용시스템 구축 사업자 입찰공고를 냈다.

◇ 제도개편은 ‘영역 다툼’

그동안 은행 신탁시장은 특정금전신탁의 주요상품인 주가연계형 특정금전신탁(ELT)과 퇴직연금이 주도해 왔다. 은행들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투자성향에 부합하게 자금을 굴리고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수취했다.

여기에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 최근 사회적 수요를 반영해 기존 금전신탁업에서 진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최초의 상속인만 지정할 수 있는 유언장과 달리 세대 연속 상속을 할 수 있어서 보다 유연하다. 또 미성년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은행이 보험금과 유산을 관리해주는 신탁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보급형 신탁상품으로 자산형성에 관심 있는 젊은 고객들도 공략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신탁업무 관계자는 “그동안 신탁 수요는 펀드처럼 투자상품화 된 측면이 있는데 고령화로 상속설계·자산보관·사후집행 등에서 관리자 역할이 떠오르고 있다”며 “고객의 삶과 밀착된 형태의 신탁상품이 개발되고 은행간 신탁 경쟁도 심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탁업법 제정 추진을 골자로 한 제도개편은 핵심 이슈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이 규율하는 신탁업법의 별도 제정 추진을 지난해 공식화했다. 하지만 불특정금전신탁 허용 여부 등에서 금융업권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면서 의견 조율이 녹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신탁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절실’ 리포트에서 이경진 수석연구원은 “신탁이 고령층 부(富)의 이전과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종합재산관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신탁이 고령층 개인에게는 종합자산관리 수단으로, 기업에는 가업승계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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