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산분리 완화법, 자본시장법, 금융소비자 보호법 등 관련 금융입법들은 국정불안이 이어지면서 기약 없는 대기 상태가 되었다.
◇ 국정혼란에 금융개혁안 후순위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나섰다. 문제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면서 정부 추진 입법들은 그 정당성을 잃었고 다른 법안들도 정쟁에 휘말려 국회 합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 내달 1∼2일 처리하기로 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까지 겹치면서 여야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고되고 있다.
힘겨루기로 말미암아 정부가 추진한 금융개혁안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여야는 ‘최순실 게이트’ 규명에 힘쓰느라 금융관련 입법화에 신경쓰기 힘든 형편이다.
국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개정안은 지난 7월11일 정무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개정안은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율을 원칙적으로 4%로 제한하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율을 50%까지 확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주주로 참여해 경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여 첨단 금융서비스 개발 등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 등으로 야당의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뒷받침하는 자본시장법개정안도 정무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거래소의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간 경쟁을 촉진하고 사업다각화를 위한 이 법안은 거래소 지주사의 지배 대상, 지주사 상장시 발생 이익 회수방안 등을 놓고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융상품의 완전 판매 기준 강화 등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도 한국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를 놓고 여야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가 오는 12월 초 국회에 제출할 이 제정안은 저축은행 사태(2011년), 동양그룹 사태(2013년)와 같은 대규모 금융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추진된 것이다.
금융위 안은 소비자에게 현저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금융상품 판매를 금융당국이 막는 ‘판매금지 명령권’ 등을 담고 있다. 다만 금소원 신설내용은 제외됐다. 그러나 야당에선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전담할 금소원 설립과 집단소송 및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 등을 요구하며 관련 제정안을 지난 10월 26일 국회에 제출했다.
◇ 최순실 사례 방지 위한 입법활동 나와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입법활동들도 나오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 발의를 했다. 해당 법안은 공공기관이 특정이익단체에 가입해 공공성 훼손하거나 이해관계와 관련돼 공정한 업무수행에 저해할 수 있는 법인이나 단체 가입을 제한하는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는 회사와 그 특수관계인들이 공동으로 기부금·성금·회비·후원금 등을 금지하는 정무위 소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회계 관련 위법행위시 해산권을 담은 법사위의 ‘비영리법인설립운영감독법’과 함께 ‘전경련 개혁3법’ 패키지로 발의됐다.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에 모금행위를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사례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발의 목적으로 보인다. 선정법안 중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국회 입법활동으로 연결된 사례가 또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운영위 소관 국회법 개정안은 안건조정위 회부 남용을 막는 내용이다. 안건조정위원회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건에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인사청문회 등과 관련된 안건의 경우를 포함키도록 했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