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거 방식인 재무상태 개선으론 부족
금융연구원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11일 진행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효율적 기업 구조조정 체제의 모색’ 세미나에서 김석기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성공률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구조조정 경험 비교분석’ 연구를 통해 밝혔다.
IMF 시절이후 50%를 넘던 국내 구조조정 성공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김 연구위원은 구조조정 성공률 저하 원인으로 △기업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효율성 저하 △악화된 경기상황 △구조조정 돌입 시기 지연 등을 꼽았다. 그 중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기업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효율성 저하를 언급했는데 연구위원은 “재무구조가 같은 조건에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섰다면, 2008년 이후 구조조정을 시작한 기업들의 성공률이 그 이전 시기에 비해 낮다”며 “이것은 간접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것에 대한 원인으로 연구팀은 사업구조조정이 아닌 재무상태 개선에만 매달린 점을 지적했다.
◇ 조선·해운·철강 호황은 끝났다
세미나에 참석해 발표자로 나선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오승욱 파트너는 특히 조선업의 전망을 어둡게 봤다. 대표적인 구조조정 업종으로 언급되는 조선·해운·철강에 대해 암울한 예측을 했는데 해당 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인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올해 세계 선박발주량이 500억~700억 달러 규모인데 이 가운데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예상물량은 전체 30%인 150억~21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조선3사의 올해 수주 목표치 합계는 390억 달러로 현실과 괴리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현재와 같은 수준이라면 대규모 인력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업종도 생산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력 제품의 수익성 악화로 내다봤고 해운업은 덴마크 머스크, 중국 CMA-CGM 등 대형 선사와 경쟁에서 국내 선사들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 우려했다. 오승욱 파트너는 “시장이 살아나면 성과가 개선된다는 막연한 기대만으론 부족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인 산업 재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사업재편을 목표로 구조조정 프레임을 바꿔라
전문가들은 재무제표를 넘어 사업 재편으로 구조조정 프레임을 바꿀 때라고 지적한다. 김석기 연구위원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만큼 빚을 깎아 주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효과가 한정적이라는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은 대부분 재무상태가 크게 개선된 기업이기보다는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 등 사업성이 개선된 기업인 경우가 많았다”며 “단순히 기업 재무상태 변화뿐만 아니라 사업성을 자세히 분석해 경쟁력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가능성 있는 새 사업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또 다른 시각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기존 경영진 책임 인정, 기촉법 상시화 고려
토론자로 나선 문창호 한국신용평가원 기업평가 본부장은 기업구조조정 원칙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로 시스템 자체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야한다고 말했다. 문 본부장은 해운보다 조선업의 리스크가 더 클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두 번째 원칙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기존 채권자와 주주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손실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이 지원 되는 만큼 혜택은 국민에게 가야지 특정 채권단에 유리하게 흐르면 안 된다고 의견이었다. 기존 경영진은 경영실패 책임을 져야함을 분명히 했다. 마지막 원칙으로는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최대한 신속하게 해야함을 조언했다. 또 다른 패널인 김춘근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 팀장은 “기업구조조정 필요성이 계속 제기될 것이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상시화하는 방향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구조조정 성공을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한국금융연구원 구정한 박사는 세미나에서 ‘주요국의 기업구조조정 경험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를 통해 “기업 구조조정은 가능한 한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회생 가능성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나라마다 기업구조조정 제도 차이가 있지만, 위기 시에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에 깊숙이 개입했었음을 지적하고 정부의 역할에 방점을 두었다.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유암코) 김두일 이사는 기업 회생절차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정부와 민간 등 다른 영역과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