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정부의 전월세 안정정책에 떠밀려 실패를 예상하면서도 당국의 압박에 마지못해 내놓은 전형적인 ‘관치 상품’이 하나 더 추가됐다는 지적과 함께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 은행들 월세대출 실적 전무에 가까워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우리·하나·외환은행 등 국내 주요 4개 은행에서 정부의 전월세 안정정책에 발맞춰 서민의 주거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월세이용자들을 위한 월세전용 상품을 내놨지만 실적은 그저 초라하기만 하다.
우리은행에서 지난 3월 출시한 ‘우리월세안심대출’ 실적은 11월 말 현재까지 총 5명에게 5300만원을 대출해줬고, 4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신한은행의 ‘월세보증부대출’도 5명에게 5400만원을 내줬다. 10월에 출시된 하나은행의 ‘월세론’ 실적은 1건(1000만원)에 그쳤고, 외환은행의 경우엔 아직까지 단 한건도 대출이 실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월세대출 상품의 대출금리가 전세대출에 비해 높은데다 높은 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월세대출을 이용하려는 수요층이 두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 신용대출보다 높은 금리 등 설계부터 부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며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상품을 출시해라는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출시했다”면서 “사실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특히 “월세대출을 절실하게 원하는 저소득층은 월세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없는 구조고 대출 금리도 전세대출보다 높다”며 “진짜 대출을 필요로 하는 수요층의 니즈는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영도 연구위원은 “현재 은행들이 판매하고 있는 월세대출의 대부분은 마이너스 통장 형태로, 일반 신용대출과 큰 차이가 없다”며 “소득이나 신용도에 따라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월세대출의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도 높게 설정되어 수요자에게 월세대출 이용에 대한 유인이 발생하지 않는 점”과 “소득 8등급에까지 대상이 확대됐지만 시중은행에서 채무불이행에 대한 위험을 감안해 대출시행 및 확대 여부는 불분명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 “담보 또는 보증부로 전환하는 방안 적극 강구”
“월세수요자의 월세부담을 경감시켜 줄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리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공적 금융상품(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 장기고정금리대출 등) 제공이나 임차인의 미래소득 등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아울러 “시중은행이 아닌 상호금융 등을 통한 소액대출 형태의 상품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