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년엔 4주 동안에 걸쳐 진행했던 국정감사가 올해엔 정치 이슈에 떠밀려 국회정상화가 늦어지는 바람에 3주에 그치면서 수박 겉핥기 격으로 다루는데 만족해야할 공산이 커졌다. 때문에 국정감사 때 불씨를 지핀 뒤 11월 국회 상임위에서 시작할 법안 심의 등을 통한 논리와 기싸움이 더욱 중차대한 무게를 띨 전망이다.
◇ 금융위·금감원 하루 반 산은·KoFC는 기은 신보 같은 날
이번 국감은 물리적 시간 총량 자체가 절대 부족하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과 금융행정을 조리 있게 세밀하게 조망하기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기간이 길었고 정책 및 감독당국 국감 날짜만 사나흘에 이르기도 했던 17대 이전 국회조차 정책검증 역량이 부족한 일부 의원들이 호통과 설교를 앞세우는 국감으로 흐르곤 했던 터였다.
그런데 국회 정무위 국감 일정을 보면 금융위와 금감원 전담 감사는 각 하루씩 뿐이고 국감 마무리 때 보충 또는 증강 이슈를 다루는 종합감사도 둘 한꺼번에 하루 다루는 것으로 끝낼 예정이다. 산술 상 금융위와 금감원은 하루 반만 질책 받는 것으로 대국회 관계에서 1년 동안 가장 괴로운(?) 과정을 넘길 수 있다.
특히 정책금융 재편이나 우리금융 민영화의 합리성 내지 적합성 여부는 제대로 다뤄지기 어렵도록 정무위는 계획을 짰다. 정책금융재편 방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공세가 가능한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국감은 그나마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 등과 한꺼번에 같은 날 진행한다.
정책금융 관련해 참고인 출석은 지난 정부 온-렌딩 방식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뼈대로 정책금융공사 분리 추진의 기반을 만들어 냈던 고려대 곽승준 교수가 유일하다. 오히려 정무위의 관심은 도로 산은 통합 쪽에 있다기보다 상임위원장인 김정훈 의원 역점 사업인 선박금융공사 필요성 공세에 쏠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해양대 이기환 국제대학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대외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내수 경기마저 불황에 빠진 상태에서 중소기업 금융 지원 역시 가벼이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신보와 기은 국감과 엮이다 보면 정책금융 재편 방안은 산발적 지적과 검증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 증인 신청 동양 사태/카드 수수료/대부업/민원 과다 금융 등에 집중
우리금융민영화 또한 다른 고래급 이슈에 등 터질 새우급 이슈가 될 전망이다. 김양진 수석부행장을 증인으로 불러 세우기로 했지만 우리금융 민영화 관련해 거론할 처지가 못된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비롯 서진원 신한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등과 함께 지주회사의 은행경영 불간섭 원칙이 지켜지는지 물어 볼 시간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동양그룹 사태 관련 현재현 회장과 동양증권 정진석 사장 및 이승국 전 사장에 대한 검증의 날을 세우는 게 더 무게를 실을 개연성이 큰데다 카드쪽 수수료와 부가서비스 문제, 대부업체와 불법채권추심 문제, 외국계 금융사의 고금리 정책 또는 민원과다 발생을 따지는 편이 우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친서민·민생 관련 선명성을 더 부각할 수 있고 지역구가 있는 국회의원들로서는 대중 매체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점수를 따는 방편이 된다고 판단하기 십상이다. 정무위원회가 아닌 상임위, 즉 기획재정위가 맡은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진행할 농협과 수협 국감도 김이 빠진 채 진행될 전망이다.
◇ 새로 세우거나 손질해야 할 법안 향방에 더욱 주목
통화정책의 적실성과 거시 경제 향방을 둘러싼 중요성을 생각할 때 한국은행 국감이 딱 하루에 그친다는 점은 정책국감 불능 국회로 자리매김 되리라는 예상을 던져 준다. 이렇다 보니 금융위원회는 국정감사보다 곧 이어 진행될 새로 제정할 법안 및 손질해야할 법안에 더욱 전력투구 할 수 있는 운용상의 묘를 발휘할 수 있게 된 점을 내심 반기는 표정이다.
금융위 고승덕 사무처장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감이 끝나고 나면 정무위 법안소위 등에서 심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금융위 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안들로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설립 근거가 될 금융소비자법 제정안과 이에 연동되는 금융위원회 등 설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첫손 꼽았다.
제 1야당인 민주당은 금융정책과 감독기구 분리 공세를 펼 기세이지만 금융위는 크나 큰 변동이 오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정부조직법 손질을 거친 마당에 다시 (정부 조직 체계)변동을 전제로 논의를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며 “특히 정책과 감독이 똑 부러지게 분할시킬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감독기구 체계 개편 관련 공세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금융위 방어 논리의 핵을 이루는 정부조직법 손질과 관련해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인수위원회가 학계 전문가와 정치인 위주로 구성되는 와중에 금융위 공무원만 참여하면서 원천적으로 새 정부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서 재정부-금융위-금감원 그리고 금융권과 소비자를 총체적으로 살피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조직법 개정이 끝났다는 이유로 (감독기구 체계 개편)논의를 원점에서부터 해서 안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책과 감독의 분리여부와 소비자보호기구 분리 설립 등을 둘러싼 입법 쟁투는 최종적으로 정무위원회 내부 의결 과정에서 의석수 힘의 논리에 좌우될 개연성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이어 정책금융재편 방안을 확정 지을 산은법 개정안도 중요하다고 지목했고 한시 일몰되는 것 가운데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일몰 시한을 오는 2016년 말로 3년 늦춘 개정안, 대부업법 최고이자율(이자상한)30% 룰 시한이 올해 말로 된 것도 고쳐야 할 법안으로 제기했다.
여기다 자본시장법 등 소비자보호 관련 법제 정비 필요성이 있는 법안과 통과가 임박한 것처럼 보였던 커버드본드 관련 법안의 법사위 통과 여부도 관심거리다. 안철수닫기

〈 2013 국정감사 일반증인 명단, 2013 금융권 국정감사 일정 〉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