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당국 주도로 펼쳐지고 있는 비용절감 노력은 지난 12년간 지표 흐름을 볼 때 지엽말단적 처방에 불과한 만큼 전환적 발상이 필수로 꼽힌다. 물론 아직은 극히 일부 금융인들이 넘보는 수준일 뿐 체계화에 겨우 나서는 단계로 보인다. 그래도 현재의 주력 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져 든 이상 누가 빨리 그리고 탄탄하게 탈바꿈할 것인지가 경쟁우위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선 이견의 여지는 없다.
◇ 국내 점포-은행 성장 둘 다 선회 바람직
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글로벌 경영방침 이행은 물론 국내 시장 전략을 바꾸는 과정에서 앞서 추진하고 지난해 우리은행이 본격화한 이래 은행권은 이제 은행 점포 증가 노선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띠고 있다. 3월 말 현재 국내지점 수는 7671개로 지난해 말보다 27개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닥친 2009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자와 수수료, 은행 본원적 이익기반 두 가지만 놓고 봤을 때 2001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12년 동안 점포증대 전략이 경영성과를 제한했다는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 2001년 6091개에서 연간기준으론 언제나 늘었다. 이 과정에서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을 합한 영업수익 규모를 따져 보면 점포당 이익은 2011년까지 꾸준하게 늘어나는 과정이었다. 점포당 이익은 2001년과 이듬해 각각 약 37억원과 45억원 수준에서 2007년 52억원으로 늘었고 2011년엔 약 61억으로 치솟았다.
비록 지난해 58억원 수준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점포 규모의 비대함 때문이라고 풀이하기엔 어폐가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은행원들의 지적이다.
또한 비용감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지표로서 은행 본원적 이익규모에 대한 판관비용률을 보면 하향 안정세로 이미 전환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판관비용률은 2007년 49.47%를 찍은 게 꼭지점을 이뤘고 2009년과 2010년 다시 소폭 줄어든 상황이다. 오히려 은행 영업네트워크의 근간을 이루는 전통 점포는 최적화하는 대신 스마트금융을 비롯한 채널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에 대체로 동의한다.
◇ 가계-기업 모두 부채구조조정 소용돌이, 신수익 절실
물론 아직 책략의 틀이나 방향을 전환하는 은행은 가시화되지 않았다. 특정 부문의 모색에 그치고 있거나 늦은 곳은 일부 개인적 모색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고 상황을 가벼이 보거나 낙관하기 때문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은행 리스크관리부문 간부는 “상시적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추가 부실화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고 부실채권의 매각과 상각 등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 또한 병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 들어 하락세를 거듭했던 은행권 BIS자기자본비율과 관련 바젤Ⅲ 적용여부와 무관하게 적정성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의 소리를 내놓는 실정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최근에는 여신 손실 흡수력을 높이고 자본적정성을 확충하는 노력은 꾸준히 지속하면서 수익기반 재구성에 가까운 미래지향적 변신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간 연구기관 한 전문가는 “중국 경기 지표 움직임을 보면 고도 성장 패턴으로 회복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반면 부동산 거품은 전혀 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대중국 교역량이 많은 우리나라에 언제 흉탄을 날리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 회복기조가 완연해지지 않은 가운데 양적완화 축소가 예정된 바람에 신흥국 경기 불안정성이 커진 것 또한 수출기업들에겐 악재다. 민간소비는 정체 늪에 빠져 있어서 실물경제 활력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정부 재정을 크게 투입할 변변한 여력도 없다는 점에서 실물경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은 은행권에 부정적 시나리오로 다가 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량자산 위주의 여신 볼륨 적정화 노력 △국내 고객기반은 확충 경쟁 대신에 관계심화를 겨냥한 전방위적인 노력 △비선진권 신흥국 해외 진출에 선택과 집중 전략 구사 등의 수준만이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울러 사업라인별 국내 시장 지배력 강화와 틈새시장 발굴 역시 꼭 필요한 과제로 지목됐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