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은행권 관계자들은 현재 은행권에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이 없고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 여파로 전세난이 지속되자 정부가 관련 지원정책을 내놨지만 이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상품의 경우 기존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상품과 큰 차이가 없고 금리 면에서도 매력이 크지 않다며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빚더미에 올려놓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결국 정부의 지원정책은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8월 23일부터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6개 은행에서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상품을 일제히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 6개 은행 판매 개시… 고객 반응 썰렁
실제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5일 현재까지 6개 은행의 실적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3건에 1억 5000만원을 끌어들여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고, 그 뒤는 신한은행이 2건에 5200만원을 거둬들였다. 이어 국민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이 각각 1건에 그쳤고 기업은행은 단 한건도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 은행권 관계자들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상품이 기존 전세자금 대출과 차별성이 없는데다 가입절차도 까다롭다며 정부의 생색내기용 정책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선호 현상이 나타나자 월세 관련 대출 상품을 출시한데 이어 이번엔 전세 가격이 치솟자 전세 관련 대출 상품도 냈다”며 “대출확대 정책으로 자금난에 애로를 겪고 있는 서민들을 도와주는 것은 당장에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실질적으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기존 전세대출과 차별성 없고 가입절차도 까다로워”
특히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상품은 기존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상품과 차별성이 없다”며 “기존 은행권 전세대출 상품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고객들이 새 상품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보여주기 식으로 상품을 구성하기 보다는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실제 전세 거래가 있어야 하고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 하는 등 가입조건이 까다롭다”면서 “당장에는 전세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도움이 되겠지만 실질적으론 서민들을 빚더미에 올려놓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을 권유하기 보다는 이들이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이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은 4.1 대책 렌트푸어 지원방안의 후속조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세입자가 전세금을 대출받은 은행에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양도해 우선변제권을 부여함으로써 전세대출의 담보력을 강화해 대출 금리는 낮아지고 한도는 늘어났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은행에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면서 저리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 신규계약 또는 전세 재계약에 관계없이 모두 취급가능하며, 대출 적용대상은 임차인이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이고, 전세보증금이 3억원 이하(지방 2억원 이하)인 경우이다. 대출 한도는 3억원까지 가능하나 상환능력별 보증한도(부부합산 연소독의 3.5~4.5배)로 인해 소득에 따라 차등화된다. 대출금리는 평균 3% 후반~4% 초반 수준으로 기존 전세자금보증 대출금리(4% 중반)보다 0.3~0.5%포인트 낮다.
〈 6개 은행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 실적 〉
* 각사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