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달리 폐쇄한 지점에 자동화기기를 설치하고 인근에 다른 영업점이 위치해 있다고 하더라도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업무를 봐야 하는 고객들의 경우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십분 이상을 걸어야 되는 건 사실이라며 적자점포 폐쇄가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적자점포 폐쇄로 기존 거래 고객들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 또한 두텁다. 이런 가운데 본격적으로 은행들이 적자점포 정리에 나서면 수수료 면제, 금리 우대 등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마케팅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금감원 주문에 못 이겨 은행들 적자점포 정리나서
최근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에 적자점포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에 25개 점포를 정리하기로 했으며,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6곳, 7월에 4곳을 문 닫은 데 이어 하반기에 12개 점포를 추가로 없애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15개 점포를 통폐합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8개 점포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업무효율성 제고에 따라 4곳을 이전하기로 했으며, 1곳은 통폐합하기로 했다. 여기에 농협은행은 연말 결산 결과에 따라 8곳은 조건부 폐쇄하기로 결정 내렸다.
외환은행 역시 하반기에 8곳의 점포 문을 닫기로 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점포 정리에 나선 이유는 최근 최수현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저성장·저금리·고령화라고 하는 새로운 영업환경을 맞아 과거의 경영방식에서 탈피해 경영혁신이 요구된다”고 강조한 뒤 “적자점포 정리, 중복비용 축소 등 금융회사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밝힌 것에 따른 조치이다.
이런 가운데 적자점포 정리에 나선 이유야 어찌됐든 적자점포 정리에 따른 소비자 불편 문제를 놓고 은행들 간에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 은행권 긍정 vs 부정 의견 팽팽
A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번에 정리에 들어간 점포 대부분이 반경 몇 미터 내에 다른 영업점이 자리 잡고 있는 지점들이기 때문에 기존 거래 영업점 고객들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B시중은행 한 관계자 역시 “올해 들어 신설된 점포들이 많아 실질적으로 점포 증감을 따져보면 2~3곳에 그친다”며 “더불어 폐쇄되는 지점에는 고객들의 불편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해 자동화기기를 설치할 계획이어서 지점 폐쇄로 인한 고객 불편은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반면 C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 거래 영업점의 폐쇄로 고객들은 몇 분 또는 몇 십분 이상을 걸어야 된다”며 “분명 고객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곧 터져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D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점 폐쇄는 고객뿐만 아니라 은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지점을 폐쇄하게 되면 기존 거래 영업점 고객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물론 고객 이탈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은행들이 영업점 정리에 나서게 되면 폐쇄된 지점의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 면제, 금리 우대 등의 마케팅에 열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