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다가 은행 부실이 구조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징후들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어 우려감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그림 참조>
8일 금융감독원이 낸 '2013. 2분기말 국내은행 부실채권 현황 잠정치'에 따르면 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1.73%로 나빠졌다.
◇글로벌 위기 후폭풍 여진 남았던 때로 컴백
지난 1분기 1.46%보다 0.27%포인트나 더 나빠진 것일 뿐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 여진이 채 가라 앉지 않았던 2011년 2분기 말과 똑같은 비율로 돌아가 버렸다.
특히 부실채권잔액 기준으로는 이번 상반기 말이 24조 9000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3조 6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며 부실채권비율로는 같았던 2011년 상반기말 23조원보다 훨씬 늘어난 규모다.
이런 상황인데도 금감원은 일단은 낙관적 평가를 바탕에 깔고 나서 대응책을 모색했다.
금감원은 "2분기 말 부실채권비율 1.73%는 1분기 말보다 0.27%포인트 오른 것이지만 조선업종 등 잠재부실 현실화 요인을 제거하면 지난해 상반기 말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논평을 맨 먼저 앞세웠다.
일단 지난해 잠재부실 현실화한 것을 뺐을 때 비슷하다던 지난해 상반기와는 부실채권 규모가 4조원이나 더 늘어났다는 사실을 간과한 시각으로 보인다.
◇"잠재부실 현실화 빼면 지난해 수준" 실상 직시 못한 논평
물론 금감원은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중국 성장세 둔화 및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 등 대내외 불안요인까지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현실성 있는 대책 제시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금감원의 지도방향을 요약하면, 앞으로 더욱 엄격한 건전성 분류기준을 적용하고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이미 부실로 인식된 것들을 조기 매각하거나 상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이같은 처방은 구조적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은행 부실의 심각성에 대해 사실상 방관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 섰을 뿐 아니라 그 사이 여신이 늘어난 때문에 같은 부실 비율이라도 부실로 빠진 규모가 늘어났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만 하다.
특히 주요 대중매체가 은행 순익이 너무 많다고 지탄하던 2011년을 빼면 부실을 떨어낸 규모보다 새로 발생하는 부실이 만성적 초과상태였다는 사실을 금감원은 간과하고 있다.
◇부실정리가 더 많았던 건 2011년 뿐, 앞으로 어쩌나
실제 2011년엔 새로 생겨난 부실은 23조 9000억원이었지만 여신정상화를 뺀 부실채권 정리실적은 24조 3000억원으로 정리실적이 초과 상태였다.
덕분에 부실채권 잔액은 2010년 말 24조 8000억원에서 2011년 말 18조 8000억원으로 획기적으로 줄었고 2012년 부실채권이 그나마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던 것도 2010년 이후 순이익이 견조했기 때문이었다.
2010년 9조 3134억원을 비롯 2011년 11조 7510억원의 순익을 바탕으로 2012년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직전 3년 정리실적에 1조원 정도 적은 22조원이나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순이익이 8조 6813억원에 그치고 올해 상반기 순익은 반토막이 나면서 3조원에도 못 미친 상황이다.
벌이가 반토막 난 경제주체가 빚을 과감하게 갚아 나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처럼 부실채권 정리 노력 역시 약화되는 것은 필연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손실흡수여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부실채권으로 인식해 놓은 채권의 매각이나 상각 처방 외에는 내놓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함께 자아내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