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5월 말 현재 은행들의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당국의 외화예금 확충 방안 발표 당시 때보다 오히려 줄어들었고 지난해 말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외화예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 외화예금이 대거 빠져 나갔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기업의 외화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차별화된 글로벌 자금관리나 대출서비스 등을 선보이는 등 자발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 은행별 외화예금 줄어드는 까닭은?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작년 6월 정부가 외화예금 확충방안을 발표할 당시 48억 2400만 달러였던 우리은행 외화예금은 그해 말 58억 1200만 달러로 급증하더니 5월 말 현재 47억 3600만 달러로 줄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 역시 33억 7800만 달러에서 35억 2200만 달러로 증가했지만 올 4월 32억 1400만 달러, 5월 31억 2900만 달러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신한은행도 작년 6월 49억 2400만 달러에서 올해 5월 45억 5100만 달러로 떨어졌고, 하나은행 또한 28억 3900만 달러에서 23억 2000만 달러로 줄었다. 외환은행 역시 지난해 6월 112억 61만 달러에서 올 3월 567억 1000만 달러로 불어나더니 5월 말 현재 108억 2900만 달러로 곤두박질쳤고, 기업은행의 경우 5월 말 현재 외화예금 잔액이 27억 8600만 달러로 지난해 말 30억 2800만 달러에서 2억 4200만 달러 감소했다.
A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외화예금 감소는 아무래도 개인보다는 기업의 영향이 크다”며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환차손을 우려한 기업들이 자금을 빼 외화예금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B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엔화약세 등의 영향으로 은행 외화예금 잔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며 “연말과 연초에 기업들의 수입대금결제도 외화예금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정부, 외화예금 규모 확대 등 3단계 외화예금 확충 전략 발표
이에 앞서 지난 해 6월 28일 정부는 외화예금 확충을 위해 외화예금 유치 우수은행에게는 외환건전성부담금이 경감되도록 부담금산정방식을 개편하는 등 ‘외화예금 확충을 위한 중장기 비전과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외화예금 규모를 확대하고 외화예금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장여건의 개선 정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 외화예금 확충 목표와 주요 정책방안을 제시하는 ‘3단계 외화예금 확충 전략’을 제시했다.
이 방안에는 1단계 △외화예금 유치 우수은행의 외환건전성부담금이 경감되도록 부담금 산정방식을 개편하는 한편 부담금 적립액의 50% 이내를 외화예금 우수·선도은행에 적립하고 2단계로는 △외화예금을 전체 수신의 10%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외화예금의 만기구조도 저축성 예금 중심으로 장기화되도록 추진하고 3단계에서는 △2단계 중 도입한 건전성 지도수단을 강화해 운용하는 한편 외화예금과 관련된 외환거래 절차규제는 대폭 줄여나갈 것이라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당시 “은행들이 외화예금과 관련한 중장기 정책방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외화예금의 양적·질적 개선을 위해 적극적 지속적으로 노력하길 기대한다”며 “은행들의 외화예금 확충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