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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옥답마저 흔들, 개간만이 살 길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3-02-03 22:02 최종수정 : 2013-02-06 10:47

손실흡수력 약화, 덜 떨고서 순익관리 급급
저금리·저성장+가계부채 조정 땐 실적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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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옥답마저 흔들, 개간만이 살 길
축구는 골 결정력 때문에 국민들을 근심케 한다면 대한민국 금융산업은 결단을 내릴 담력과 절실함이 부족한 탓에 갈수록 위태로운 전망으로 불안함을 키우는 형국이다. 나라 안팎으로 실물경제 여건이 악화돼 있는 가운데 소득 양극화 심화와 저성장이 겹치며 민간소비와 매출 부진이 심화되면 자산 손실이 커질 개연성이 짙다.

게다가 대형 시중은행들과 외국계 은행이 경기순응성을 높이며 우량 고객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고 저금리 및 정치바람에 따른 수익기반 침해가 덮치면 벌이마저 더욱 시원치 않아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타개하려는 적극성 결단력 있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가면 되는지 활로를 가리키는 지도가 없어서도 아니다. 막상 내달리자면 세밀한 길은 현장에서 즉시 즉각 개척해야 하긴 하지만 큰 방향과 갈 길은 잘 알고 있다.

◇ 건전성 글로벌 위기 전 회복 불능 상태

금융감독원은 3일 현재 국내 은행들이 처한 위태로움을 극명하게 포착할 수 있는 단초가 담긴 실상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들이 갖고 있는 ‘고정’ 이하 부실채권 비율이 1.32%로 한 해 전 1.36%보다 별반 나아진 게 없다고 밝혔다.

부실여신 규모 자체도 18조 8000억원에서 고작 5000억원 줄어든 18조 3000억원으로 큰 변동이 없다. 손실이 났으니 아예 못받는 것으로 상각해버린 규모가 전년의 9조 2000억원 어치보다 줄어든 8조 8000억원 어치로 줄었고 매각 또는 담보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정리한 실적은 14조 5000억원에서 12조 3000억원으로 줄였다.

집 돌아온 자식격으로 반가운 정상화한 여신 규모는 2010년과 2011년 모두 5조원 안팎인 4조 8000억원과 5조 5000억원으로 기쁨을 안겼으나, 지난해는 고작 2조 7000억원에 그쳤다. 부실해진 여신 정리 규모를 합하면 25조원 가까운 24조 8000억원인데 부실채권비율과 그 규모가 유지된 이유다. 2007년 0.72%의 초우량 건전성은 바라지 않더라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14%로 돌아갈 힘조차 태부족인 상황이다.

◇ 손실 감당할 능력 이미 퇴조 일로

국내 은행 사상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남긴 2011년 11조 7723억원의 성과는 손실 흡수 여력을 덜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만약 2010년의 9조 3134억원보다 소폭 늘고 두 자릿수 숫자를 내는 의미로만 10조원 정도의 순익만 꾀했다면 부실채권 규모와 비율은 크게 줄었을 수 있다.

지난해 경기가 악화되는 와중에는 이미 때 늦은 후회가 된 셈이고 건전성 지표를 소폭 개선시키는 선에서 순이익 수준을 덜 나빠 보이게 포장하는 선택을, 결과적으로나마 택한 셈이 될 전망이다. 그나마 2010년과 이듬해 실적은 대규모 1회성 이익에 힘입은 바 컸다.

이 사실까지 유념해서 다시 살피면 결국 은행들이 손실을 감당할 능력은 약화되는 추세가 정착됐을 뿐 아니라 이제는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악순환이 가중될 우려가 커진 것으로 진단 할 만하다.

대손 상각에다 매각 및 담보처분 방식으로 부실정리한 규모를 합해서 보면 2009년엔 무려 23조 2000억원 규모를 일궈내느라 순익이 7조에도 못미친 6조 9300억원에 만족해 했다. 이와 달리 2011년은 정리 실적 전체로는 23조 7000억원으로 2009년보다 많았지만 순익 규모는 11조를 넘었다. 게다가 지난해 정리 실적은 21조 1000억원 뿐이니 손실흡수력의 퇴조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최종 국내은행 순익이 얼마로 나오건 정상화해서 돌아오는 여신이 줄었다는 사실이 뜻하는 바는 올해 이후 더욱 험난한 악화일로가 예상된다는 진실이다.

◇ 엄정 분류 잠재위험까지 따지면 속병은 더 깊어

문제는 엄정하게 파고 들어 확인하면 겉으로 발표한 지표보다 더 악화된 민낯이 드러날 은행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점. 요주의 여신에서 고정으로 넘어가기 직전 경계에 이른 여신과 앞으로 부실화할 여신이 늘어날 개연성 또한 짙다는 사실이다. 손실을 터느라 돈을 들이고 백방의 노력을 해야 하는 씀씀이가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벌이가 더욱 시원찮아 질 전망이라는 사실도 날씨 전망도를 어둡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판 예금으로 뭉치 돈을 맡겨 놓은 고객을 지켜야 하는 반면에 저성장 소비부진 실물경제를 의식해 여신 정책 역시 우량고객 위주로 짜다 보면 이자마진은 악순환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정타는 올해 역시 대출성장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높은 대출 성장률로 이자마진 삭감폭을 견뎠던 은행들에게 새 정부는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 관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기존 사업구조를 뛰어 넘는 결단을 누가 얼마나 잘 준비해서 먼저 앞서 나갈 것이냐에 미래 판도가 좌우될 상황인 셈이다. 나라 밖 유망 시장을 찾는 일은 물론 IB경쟁력을 후퇴시켰고 비은행 부문은 큰 진전 없이 정체시킨 은행지주회사 경영진들은 지도만 손에 꼭 쥔 채 다른 일에 바쁜 모습을 연출한 지난 몇 년을 보낸 것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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