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가드가 지난 1월 9일 FTSE Emerging Transition 지수를 발표하며 신흥시장 펀드의 벤치마크 변경 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FTSE Emerging Transition Index는 지수변경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임시 벤치마크지수로 한국 비중을 매주 4%씩 줄여서 25주 뒤(7월 3일)에는 한국 비중이 0%가 되도록 설계됐다.
유출규모가 만만치않다. 시장에서는 약 9조2000억원 규모로 25주간에 걸쳐 매도가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매주 3600억원 가량 매도물량이 출회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에 미치는 충격강도다. 공교롭게도 지수변경 다음날부터 지난 15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100억원을 내다팔았다.
하지만 이 물량이 외국인의 대거 매도를 부추겨 시장에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다. 무엇보다 뱅가드인덱스의 경쟁지수가 매도물량을 일정부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MSCI지수를 벤치마크하는 iShares 신흥 ETF의 매입이 대표적이다.
실제 뱅가드가 신흥시장 ETF의 벤치마크를 FTSE로 변경한다고 발표한 이후 동 펀드에서 13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반면, MSCI를 벤치마크로 사용하는 iShares 신흥시장 ETF로는 9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최근 미국, 유럽의 경기악화로 투자수요가 DM(Developed Market)에서 EM(Emerging Market)으로 이동한데다 ETF의 저렴한 운용보수도 부각돼 EM ETF의 투자매력이 높아 추가자금유입도 기대된다. 전문가들도 벤치마크변경에 따른 물량이 일시적 요인으로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윤제민 연구원은 “신흥시장 가운데 우리나라 증시는 밸류에이션매력이 크다”며 “한국관련펀드로 자금의 유입이 급격하게 증가해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이상원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보다 종목별로는 자금유입/유출에 미치는 영향은 있다”며 “FTSE에 포함된 기업에 부정적이며 MSCI 신흥국 지수에 포함된 시가총액 상위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