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연말 세법 개정을 통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을 넓힌 조치가 은행경영에 끼칠 악영향도 예상보다 적고 일각에선 오히려 자산관리서비스 경쟁력을 입증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발전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가동 이후 경제활성화 정책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이 확산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따른 은행 이자마진 악재가 미뤄지거나 불발에 그칠 가능성이 덩달아 고개를 들면서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리스크 희석 기대의견에도 온기가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 잣대 후해진 LCR규제 완화 자본규제 걱정 끝?
지난 6일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중앙은행 총재 및 감독기구 수장 회의를 통해 LCR(단기유동성비율)규제 세부 요건을 완화하고 적용시기를 2015년에서 단계적 적용을 거쳐 2019년으로 미룬 것이 새해 초 대표적 희소식으로 꼽힌다.
고유동성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항목으로 레벨2B 자산을 추가해 여기에 BBB-이상 A+ 회사채와 더불어 AA등급 이상 RMBS(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에다 일부 처분제한이 없는 주식도 포함했다. 위기 때 현금이 빠져 나갈 우려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적용하는 예금 이탈율은 개인예금은 5%에서 3%로, 기업예금은 75%에서 40%로 낮췄고 은행간 약정에 대한 인출 비율은 100%에서 40%로 낮췄다.
반면에 한국은행에 예치해 뒀던 통화안정계정 자금은 만기 30일 안에 50% 돌아오는 것으로 가정했던 것을 100%로 늘렸다. 테스트 결과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게 되고 여기다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을 맞춰야 하는 비율을 2015년까지 60%이상 맞추고 해마다 10% 포인트씩 추가하면 되는 수준으로 늦췄다.
이미 국내 은행들은 바젤Ⅲ 최소 자본비율 규제 영향권 밖에 놓여 있는 것으로 평가받은 데 이어 그나마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되던 LCR규제 충족 역시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선 기존 부채자산관리 전략 틀을 유지한 가운데 차라리 세법 개정에 따른 변수를 포함한 대응 전략에 무게가 쏠리는 움직임이다.
◇ 세율·건강보험 부담 민감 고객층 이동 최적대응 경쟁시대
A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세법 개정에 따른 PB고객들의 반응이 세율에도 민감했지만 건강보험료를 내게되는 처지에 이를 것에 대한 민감도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정 내용이 알려진 초기와 달리 은행산업에도 크게 악재가 될 일은 아니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게 형성돼 실제 양상이 어떻게 흐를지 주목된다.
B시중은행 임원은 “부자 고객들 중심으로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려는 수요가 늘어날 때 얼마나 적절히 성향에 따라 잘 짜줄 수 있는지 자산관리 서비스 역량 재입증 기회로 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은행은 절세상품 군을 집중 분석해 고객별 묶음 상품 구성 때 활용하는 한편 절세 효과가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투자를 권유할 때도 절세효과를 볼 수 있는 상품 추천에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내외 경제 동향과 금융시장 여건 변동은 물론 법제상의 변동에 따른 고객 자산 재편성 역량까지 겸비한 금융회사라는 인식이 두터워진다면 PB 또는 웰스매니지먼트 부문 사업기회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파급력이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은행권 안에서 뿐 아니라 증권·자산운용·보험사 등 여러 권역에 걸친 차별화 기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 금리 추가인하 지연 전망에 가계부채 연착륙도 공존
대통령직 인수위가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인 가운데 갈수록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이뤄지지 않거나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을 넘보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확대를 포함해 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다양한 카드를 만지작거릴수록 금리 추가 인하 압력이 낮아진다는 사정과 관련이 있다.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되지 않으면 지난해 인하에 따른 마진 축소는 1분기 이내 반영이 끝날 것이란 분석이 나와 있다.
또한 경기 부양 노력이 소득 또는 부채상환능력 제고로 이어지고 금융감독당국이 금융비용 추가완화 정책을 편다면 가계부채 연착륙에 도움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 경제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가계부채 부담을 덜 수 있다면 금융계는 물론 실물경제에 까지 다양한 선순환 파장이 번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