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객 등급에 따라 제공되는 수수료 면제·할인 등의 혜택과 특정 금융상품 가입을 통한 각종 혜택들이 거의 중복되는 등 소매금융에 대한 차별화된 특성이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웨덴 한델스은행처럼 국내 은행들도 의사결정권한을 본점에 집중시키지 않고 상당부분을 지점장들이 결정하게 하고 상위 20% 고객에게 교차판매에 주력하면서 맞춤형서비스를 병행해 리테일 기반을 다지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의구심은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은행의 효율적 고객 등급제도 운영 방안’과 한국금융신문 추가 확인 과정에서 더욱 커졌다.
◇ 고객 충성도 높이기 위해 고객 등급제도 시행
오영선 수석연구원은 “은행 고객 등급제도가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은행 수익의 기여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해 혜택을 제공하다보니 우량 고객을 유지하고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도입 취지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고객 충성도 하락을 우려해 우대 서비스를 강화하고 고객 데이터 분석 전문기관과 제휴를 통해 우대 서비스를 개선하는 금융기관이 증가하자 지난 2006년 이후 국내 은행들도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고객 등급 제도를 시행했다.
은행별로 고객 등급 선정 기준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고객의 등급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부과하는 방식으로, 은행 수익에 기여한 정도가 높은 고객을 구분해 이들의 거래 편의성을 도모하고 금융 거래 활성화를 위해 수수료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6개월 단위로 고객 등급을 부여하고 있으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3개월 단위로 고객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오 수석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한계가 따르고 충성도 향상에도 기여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고 말했다.
◇ 고객등급 혜택과 특정 금융상품 통한 혜택 겹쳐
또한 “특정 시기에 높은 등급을 부여 받더라도 혜택 유지 기간이 종료되면 소비자가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하는 금융기관 및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입·출금, 송금 수수료는 특정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경우에도 면제받을 수 있어서 고객 관점에서 등급에 의한 혜택이 매력적이라고 인식하기 어렵다”며 “이미 특정 금융상품 가입을 통해 해당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는 고객이 다수”라고 말했다. 실제 A대형은행 한 관계자는 “급여이체 통장 등 특정 금융상품 가입을 통해서도 고객등급과의 혜택과 유사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등급에 따른 혜택에 대한 관심이 없다”며 때문에 “은행과의 금융거래에 있어서 고객등급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등급에 따른 혜택과 특정 금융상품 가입을 통한 혜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이 관심이 없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니냐며 은행 입장에서 차별화를 둬 개별 고객의 특성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CRM과 연결시켜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 “CRM 통해 고객별 맞춤형서비스 제공 필요” 대두
대용량자료를 활용해 고객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만드는 빅 데이터 작업으로 고객을 세분화해 고객의 수준에 맞게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 제고와 고객 유지율 향상 등 리테일 영업 기반을 다져야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은행들이 합리적인 CRM을 통해 고객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충분한 관리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주요은행 고객 등급제도 운영 현황 〉
(자료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