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에 총여신 증가율이 가장 높으면서 부실채권을 줄이는 짠물 리스크관리에 힘을 쏟은 하나은행이 특이한 행보를 잇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국내 은행 대부분이 1분기와 3분기 말 부실채권비율이 치솟았다가 반기 말 또는 연말이면 지표관리를 위해 다시 낮추곤 했지만 하나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한때 하나은행보다 우위에 있던 외국계 중형시중은행조차 따돌리며 은행권 최고 수준의 부실채권비율을 일궈 냈다.
◇ 여신 121조원에 부실 1.03%, 비범함 원동력은 오히려 평범
일부 유럽 국가 재정위기 등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가 국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국내 은행 건전성 지표 흐름은 반기말 또는 연말에 낮아졌다가 1분기 말과 3분기 말 치솟는 부침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홀로 걷는 길은 사뭇 달라 주목된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나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6월 말 1.22%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을 합한 일반은행 가운데 SC제일(0.88%), 부산(1.05%), 전북(0.90%) 등 세 군데에만 뒤졌을 뿐 당시에도 선두권 수준이었다.
여기다, 1년 뒤인 지난 6월 말 1.03%를 찍었다. 일반은행 통틀어 최고 수준에 올랐고 온 은행권에서 사정이 너무나 특수한 수출입은행의 0.55% 말고는 가장 우량하다. 일시적으로 부실채권 비율이 치솟기도 했던 다른 은행과 달리 하나은행은 부실채권 비율을 꾸준히 낮춘 결과다.
그렇다고 하나은행이 다운사이징을 택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6월 말 111조 9000억원이었던 총여신 규모가 지난 연말 118조 5000억원으로, 지난 6월 말엔 120조 6000억원으로 거듭 늘었다. 1년 동안 총여신이 8조 7000억원 늘면서 121조원에 육박한 덩치를 갖췄다. 반면, 부실채권은 1조 2000억원으로 1년 새 2000억원 규모 줄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리스크관리에 주안점을 두는 기업문화가 정착돼 있기 때문에 신규 부실 발생을 최소 수준으로 묶었고 대손상각과 매각 등의 방식으로 기존 부실여신 감축에도 노력했을 뿐 정책 또는 전략적 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 덩치 탓 부실 다이어트 어려웠나-우리·국민
은행권에서 외형 경쟁 라이벌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으로 압축된 지 오래다.
자본력이나 총자산, 총여신 등의 면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기를 거듭한 이들 은행 부실채권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우리은행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6월말 2.42%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고 지난 연말 1.65%로 낮추며 다른 은행들과 격차를 바짝 좁혔다. 올 들어서는 1분기 일시적으로 올랐다가 6월 말 다시 낮추긴 했지만 1.77%로 수협은행을 빼면 온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국민은행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해 6월 말 1.84%로 시중은행 가운데 두 번째 높더니 지난 연말 1.43%로 낮췄다가 3월말 나타냈던 1.64%에 그대로 머물렀다.
국민은행은 1년 새 총여신 규모가 197조 8000억원에서 206조 4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하나은행보다 1000억원 적은 8조 6000억원인데 부실여신 감소 폭은 하나은행과 같은 2000억원에 그쳤다.
부실채권이 3조 4000억원으로 절대 규모가 크다 보니 부실 비율이 크게 나타난 셈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연말을 앞두고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한 덕분에 총여신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올해 6월 말 177조 6000억원에 이르러, 결과적으로 1년 새 5조 3000억원 늘렸다. 부실채권 규모 감소 폭이 무려 1조 1000억원에 이르지만 아직 남은 것이 3조 1000억원으로 국민은행 다음으로 많은 상황이다. 이들 두 은행은 시중은행 전체 건전정지표 평균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 정통 강자 신한, 신흥 강자 외환 선방한 셈
하나은행처럼 확연히 별난 모습은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건전성 지표가 두루 뛰어난 신한은행과 비록 재상승 여부에 물음표가 붙지만 건전성부문 신흥 강자 외환은행 또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0년 말 만 하더라도 부실채권 비율이 1.31%로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으나 이번엔 하나은행에 뒤이은 2위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6월 말 1.28%로 전년 말보다 개선 폭이 좁았고 지난해 말 1.09%까지 떨어뜨렸지만 올해 2개 분기 연속 치솟아 1.31%까지 밀렸기 때문이다. 상반기 말 기준 총여신이 159조 6000억원에서 164조 6000억원으로 약 5조원 늘어나는 동안 부실채권 규모가 2조원에서 2조 2000억원으로 딱 2000억원 증가로 막았지만 부실비율의 우위를 점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신한은행 부실 비율이 외국계 한국씨티(1.29%)나 스탠다드차타드에 바짝 다가선 수준이라는 점이 위안 거리다. 다만 이들 외국계 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감소 폭보다 총여신 감소폭이 더 커지는 바람에 건전성 지표가 나빠졌고, 신한은행 추격권에 들어버렸다.
외환은행은 부실채권비율 1.37%로 신한은행을 바짝 쫓으며 이들 외국계 은행들까지 추격 가시권에 두고 있어 상대적 우량 등급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