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공격적 M&A(인수·합병)로 단시간에 지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면 은행업 경쟁은 결국 자산의 질과 성장성, 경영효율성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향방은 1인당 생산성을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1인당 수익성 지표를 음미해 보면 은행들 간 격차가 많이 좁혀지고 있을 것이라고 살폈다.
대신에 그는 수익성 구성 요소들의 움직임에는 차이가 아직 남아 있으며 수익성 역시 견실함을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상승세의 가파름 외환·우리 돋보여
실제로 2009년 이후 충당금적립전 이익 규모를 총임직원 숫자로 나누는 방식으로 1인당 수익성을 구해 본 결과 곰곰이 음미할 만한 요소를 추출해 낼 수 있었다. 충당금적립전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는 이자 및 비이자이익 등 총영업수익에서 종업원 급여를 포함한 판매관리비를 뺀 지표로서 본원적인 이익창출 수준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단 이 기간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외환은행은 2억 6604만원과 3억 5238만원에서 지난해 4억 875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판매관리비 지출 규모가 워낙 적어서 1인당 수익성 지표가 높다랬던 기업은행보다 앞 선 수치다.
우리은행 역시 2억 1371만원과 2억 6711만원에서 3억 1650만원으로 개선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주춤했던 신한은행을 조금 앞서는 변화를 줬다.
국민은행은 2009년 1억 7108만원에서 2010년 1억 9293만원에 이어 지난해엔 2억 5452만원으로 끌어올리면서 경쟁 대형은행에 바짝 다가섰다.
하나은행 역시 수익회복 과정을 밟으면서 추격의 고삐를 죄는 모습을 확인시켰다.
◇ 멈칫했던 기은·신한의 선택 또한 의미심장
그렇다고 멀찌감치 앞섰다가 외환은행의 추월을 허용한 기업은행이나 외환, 우리 두 은행의 급상승세 때문에 평범한 은행으로 밀려난 신한은행의 선택이 저평가 받아서는 곤란한 상황이다.
기업은행과 신한은행의 공통점은, 비록 2010년보다 지난해 1인당 수익성이 소폭 줄었지만 체력이 떨어졌거나 효율성이 낮아졌기 때문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둘 모두 다른 은행들과 달리 인력을 꾸준히 늘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은행 국내 총임직원은 2009년 10340명에서 지난해 말 1만 1212명으로 늘었다. 충당금적립전 이익이 2010년 3조 2261억원에서 지난해 3조 3109억원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영업력 강화 포석에 따른 1인당 수익성의 일시적 정체로 풀이된다.
기업은행 역시 2009년 7135명이던 총임직원이 지난해 7396명으로 늘면서 분자를 이룬 충전이익 증가세보다 분모 움직임이 커지면서 1인당 수익성이 정체를 보였다. 반면에 다른 대부분의 은행들은 총임직원 숫자 감소세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에서 단순비교하고 말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 지주체제 출범보다 긴장고조 농협은행 퍼포먼스
나아가 은행권은 지금 기존 금융그룹 주력 자회사끼리의 수익성에 이어 금융그룹 출범 40일 가까운 농협금융 주력 자회사 농협은행이 만들어 낼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영업망을 자랑하면서도 당기 순이익 규모가 일반은행들보다 낮았던 만큼 1인당 수익성 역시 옆걸음만 보였던 농협이 어떤 파괴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많은 경영지표의 명암이 엇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에 배당과 브랜드사용료를 지급함으로써 협동조합을 밑받침하면서도 수익성 지표를 적정하게 높이겠다고 선언한 데다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영업강화 전략도 시중은행계 금융그룹에 끼칠 영향력이 적지 않다.
◇ 경쟁우위는 인력·비용의 적정성, 자산의 질과 성장세의 총화
물론 1인당 생산성이 점포 수를 줄이고 인력을 내보내는 방식에만 의존하는 방식이라면 오래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 결같은 지적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진단된 바 있듯 적지 않은 부문에서 주요 은행들의 경쟁력 격차는 좁혀져 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대출자산을 밑천 삼아 이자이익에 의지하는 바 컸던 은행업도 론 비즈니스 비중이 급격히 줄고 있어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탄함과 적정수준의 성장세를 조화롭게 매니지먼트하지 않으면 버텨 내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비은행 부문까지 엮어 낸 복합금융상품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쟁자와의 싸움까지 치르려면 인력과 조직문화 투자와 관리 또한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