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밖으로 눈돌리면 유럽 문제 해결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고 미국 경제가 회복신호를 확고하게 발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앞으로 은행업 경영환경의 핵심 포인트로 “가장 큰 변수는 실물경기 둔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여부”라고 꼽았다. 대외 불안요인의 종식이 오히려 선제적으로 작용할 악재이기 때문에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 또한 잇달아 제기된 상태다.
◇ 사상 최대실적의 그늘 음냉함이 만만찮다
본지는 이번에 은행권을 옥죄는 국내 주요 여건과 직결되는 세 가지 지표를 통해 4대은행의 현안 또는 과제를 짚었다. 우리은행을 뺀 세 곳은 은행권이 점차 확고히 하고 있는 이익창출력 저하 양상이 뚜렷해 지고 있다. 총대출 자산으로 이자이익을 얼마나 만들어 내는지를 살핀 결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기준으로 1.98%였다가 올해 3분기 누적치로는 1.85%로 낮아졌다.
신한은행도 3.59%에서 3.47%로 떨어졌고 국민은행은 2.52%에서 2.50% 하락 폭이 그나마 좁았다. 우리은행만 2.75%에서 3.06%로 수직상승하는 괴력을 보였다. 그런데 은행별 상황을 따로 따지다 보면 이들 은행 사이에 배타적 경쟁우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냉기를 풍기는 데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대규모 명퇴를 추진하며 비용효율성을 비롯한 경영효율성을 추구했지만 판매관리비 수준이 좀체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익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이중 약점을 보이고 있다. 대출자산 성장률을 낮췄으면서도 수익성 회복을 일궈 낸 성과가 값진 것이지만 이와 동시에 과거 다른 은행과 비교를 불허했던 이익창출력 우위의 저력이 옅어진 것이다.
하나은행은 이자이익률 자체가 가장 낮은 비즈니스 모델에 여전히 발목 잡혀 있는 모습이고 신한은행은 건전성에 집중하면서 이자마진 개선을 꾀하기 어려웠다. 이익창출력 하향세는 어쩔 수 없는 형편이다. 우리은행의 튀는 지표 움직임도 한계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 4분기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로 끝날까
우리은행은 분명 이익창출력이 폭발적으로 치솟았지만 자산건전성 움직임과 연동시켜 놓고 생각하면 좀 더 살펴봐야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스스로 내걸었던 ‘우리나라 1등 은행’에 오르려면 국민은행과의 격차는 더 벌리고 신한은행에 더욱 바짝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올해 4분기와 내년 그 기반을 확고히 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자산건전성은 전국 단위 영업망을 지닌 은행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3.85%까지 솟았던 고정이하부실채권비율이 올 3분기 말 2.25%로 크게 낮췄지만 4강 구도 안에서 경쟁은행 가운데 부실채권비율이 그나마 높은 국민은행이 1.88%다.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적립률도 지난해 3분기 말 63%에서 올 3분기 말 103.8%로 수직 상승했으나 120% 안팎에서 몰려 있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 견줄 때 갈 길이 멀다.
건전성 최우량 신한은행 역시 감독당국이 원하는 수준에 맞추려면 이자로 벌었던 이익 가운데 적지 않은 몫을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등 위험흡수능력 제고 쪽으로 돌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처한 상황따라 과제와 집중 타깃 다양화
국민은행 민병덕 행장은 지난 1일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통합 출범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지적을 내놨다. 민 행장은 “향후 1~2년은 무엇보다 위험관리가 은행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는 만큼 우량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자산의 질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빈틈 없는 연체관리와 비용관리를 함께 강조했다. 주목할 대목은 우량자산 확보 경쟁이 비단 은행권 내의 선점과 추가 발굴 다툼으로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은행들끼리도 저원가 수신 확보와 우량고객 위주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는 꺼뜨리지 않는 피말리는 줄타기를 해야 한다. 여기다 증권사와 보험업계 역시 우량 자산 확보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필연성에 직면해 있다. 부실채권을 더욱 줄이더라도 경기싸이클 하방 추세에서 날로 두드러질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신용리스크를 감당하려면 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은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감독당국은 보고 있다.
누가 부실채권 비율을 더 낮춰야 하고 충당금과 준비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는지. 또 누가 기본자본비율을 비롯해 자본적정을 더 높여야 하는지 처한 상황은 다르다. 투자자와 고객들은 그런 금융사들을 놓고 종합 평점을 매겨 가며 거래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중요한 사실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