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은행-“2010년판 금융빅뱅이 생존여부 좌우”](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301235514100771fnimage_01.jpg&nmt=18)
이같은 정책은 ‘빅4’로 꼽히는 국내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 위에는 정작 경쟁력을 지닌 강자가 없고 국가 경제규모에 상응하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서 제대론 된 리딩뱅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대형화와 겸업화를 제한하는 ‘볼커 룰(Volcker Rule)’의 등장으로 금융산업의 발전수준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지금이야말로 지속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회사를 육성해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자산 600조 리딩뱅크 ‘득 vs 실’
정부는 ‘금융사 대형화가 곧 경쟁력’인만큼 글로벌 경쟁에 나서려면 일단 체격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수년전부터 말로만 무성했던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 구상을 궤도에 올리면서 대형화로 가기 위한 밑그림 구상에 분주하다.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다른 금융지주사와 합병을 통한 시나리오를 내놓으면서 그 대상으로는 하나금융과 KB금융이 거론되고 있다. 두 지주사 가운데 어느 곳과 합병이 되더라도 세계 50위권의 초대형 금융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종전까지는 합병 파트너로 하나금융이 거론되어왔지만 최근에는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KB금융과의 합병 시나리오가 급부상하고 있다.
만약 우리금융(총 자산 318조원)과 KB금융(총 자산 316조원)이 합병할 경우 총 자산 630조원으로 규모만으로도 세계 50위 이내, 아시아 10위 이내의 초대형 금융그룹이 탄생하고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합병하더라도 자산 500조원이 넘는만큼 국내에서 가장 큰 지주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 2009년 기준 ‘The Banker’지 세계 1000대 은행에서 국내 은행들은 우리금융이 총자산 기준 81위, 국민은행이 87위, 신한은행이 89위를 기록하며 경제규모에 비해 은행규모가 영세한 현실이다.
총자산 기준 세계 100대 은행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독일 14개, 미국 12개, 중국 8개, 일본 7개, 영국·프랑스 각 6개 등의 은행이 속하지만 우리나라는 80위권대 은행 3개에 불과하다.
이에 세계 금융그룹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한 확장으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마련했던만큼 국내 금융시장도 메가뱅크를 통한 시너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윤병철 전 우리금융 초대회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GDP)은 14위인만큼 국내 은행도 세계적인 은행으로 성장해야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이같은 논리선상에 있는 것이다.
대형화를 통한 금융산업 구조개편은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꾀한다는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는 반면 원론적인 측면은 맞지만 내부 역량도 갖춰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형화로 가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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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국내은행 대형화의 득과 실’ 보고서에서 은행 대형화는 신수익원 창출 등의 장점도 있지만 비경제효과, 시스템리스크 증대 등 단점이 더 많다고 밝혔다.
또한 대형은행의 부실이 곧바로 시스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감독당국이 대형은행에 대한 감독규제를 관대하게 적용하는 등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우려를 제기했다.
◇ 한국판 산탄데르 성장 롤모델
생존을 위해서는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아직 성장이 진행 중인 신흥개발국에서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선진국에서는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먹거리를 위해서만 해외 진출을 꾀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의 또 다른 축인 안정성을 위해서도 글로벌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는 영업지점 58개, 현지법인 38개, 사무소 36개 등 132개 점포를 두고 있다.
국내은행들의 해외진출 행보는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은행의 효과적 현지화를 위해서는 소규모 은행부터 단계적 인수합병(M&A)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국내 은행들의 롤 모델인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의 경우중남미 시장을 공략함에 있어서 지점 설치→현지 중소형은행 인수→현지 대형은행 인수 등 현지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했던 결과로 지금은 스페인 1위, 세계 6위권의 초대형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은행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몰리고 있는 만큼 아는 곳부터 철저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해외진출 방식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해외진출 대상국 금융당국과의 네트워크 및 경제외교룰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은행이 주로 진출하는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경우 금융규제와 관행이 불투명한데다 예측이 어려운만큼 금융당국간 MOU 체결 등 금융감독 협력강화를 통해 현재 장기간 소요된다”며 “현지 지점설립 인허가 심사절차의 간소화 등에 적극적으로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금융산업이 바뀌려면 국내은행이 현지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의 수립, 금융상품 개발, 감독당국과의 소통 등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위직 문호개방을 통하여 현지의 고급인력을 채용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 금융지주사 낮은 시너지 제고 시급
우리나라의 대형화는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1년 우리금융과 신한지주 설립으로 시작된 금융그룹화가 10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말 현재 6개의 은행지주회사(우리, 신한, 하나, KB,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산은)가 운영중인 가운데 국내 복합금융그룹이 대형화, 겸업화 효과를 얻고 있지만 그룹화효과는 얻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서근우 한국금융연구원 자문위원은 금융그룹 경영상의 과제를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첫번째로는 채널 통합이다. 금융그룹화의 이점 중에 하나는 금융그룹 소속 금융기관들의 갖고 있던 채널을 통합해 전문화해 금융그룹으로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그룹사간 시너지 창출수단으로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점포내 점포(BIB), 지점과 지점(BWB) 등은 계열사간 협조 부족 등의 이유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내고 있다.
두번째로, 그룹사별 업무 전문화다. 국내 금융그룹들은 금융상품 및 업무 차별화, 전문화를 추진고 있지만 유사한 성격의 계열사들이 경쟁적으로 제조, 판매하고 있어 금융그룹 이점이 상당부분 제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수금 성격의 상품이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되고, 펀드 형태의 상품도 은행, 자산운용, 보험 등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자회사간 기능별 업무분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지주사는 전략 수립 및 집행, 리스크 관리 등 소위 중간업무 기능을, 자회사들은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조 및 판매 등 고객과 접하는 기능을 전문화시켜야 하지만 실제로는 각 자회사에서 이 두가지 기능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결국 국내 금융지주들은 변화에 걸맞는 내실과 경쟁력이 덜 갖춰진 상태에서 출발했던 만큼 아직도 수익원도 이자부문과 주력 자회사(은행)에만 편중될 수 밖에 없다는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 주요 금융그룹의 전체 영업이익 대비 이자부문 이익의 비중은 50% 내외다. 하지만 국내 은행지주그룹은 평균 70%가 넘는다.
실제로 2008년 기준 HSBC그룹의 이자부문 이익 비중은 48%, JP모건체이스(Morgan Chase) 58%,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62% 수준인데 반해, 우리금융 96%, KB금융 88%, 신한금융 88%, 하나금융 70% 수준에 달한다.
이에 국내 시장에 대한 편중과 단기성과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SWOT분석으로 본 금융지주의 금융환경과 내부경영 요인을 보면 강점으로 시너지효과 제고 기대, 적은 리스크 전이 요인 등이지만, 약점은 현재 낮은 시너지와 리스크분산으로 꼽힌다”며 “향후 M&A에 따른 구도변화, 생보 상장, 금융지주 전환 지속 환경 등을 기회요인으로, 규제강화에 따른 통합리스크 관리 어려움 등은 위협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