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법안 통과로 오는 10월부터 대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이 한층 넓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국정과제로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공식 채택한 지 약 1년여만이다.
오는 12월부터는 보험지주사가 제조업체 등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된다. 또 증권이나 운용 등을 중심으로 한 금융투자지주사는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비금융회사를 자유롭게 거느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을 핵심으로 한 삼성그룹의 향후 지배구조 개편 방향 또한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산업자본, 은행지주 지분 10% 소유 허용
22일 금융감독당국 등에 따르면 국회는 22일 본회의를 열어 전체 의원 165명이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찬성 162표, 기권 3표로 금융지주회사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말 국회를 통과한 은행법과 함께 금산분리 완화 방안이 최종 확정돼 오는 10월10일 시행을 앞두게 됐다.
금융지주회사법은 대상을 은행에서 금융지주회사로 바꿨을 뿐 최근 개정된 은행법과 마찬가지로 산업자본이 은행지주 주식을 현행 4%에서 9%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산업자본이 사모투자전문회사(PEF)에 유한책임사원(LP·투자자)으로 단독출자한 경우 현재는 10%이상이면 산업자본으로 간주됐으나 18% 이상으로 한도가 높아졌다.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이 각각 유한책임사원으로 PEF에 출자한 지분합계액 한도도 기존 30%에서 36%로 상향됐다.
◇ 정부소유 은행 민영화 과정서 산업자본 유입 관심
금산분리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렸다.
산업자본이 은행지주회사를 통하거나 직접 은행 지분 인수를 통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지분소유한도는 9%로 제한돼 있지만 이 정도 만으로도 주요 은행들의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 시각이다. 현재 정부 소유 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 은행들의 대주주 보유 지분율은 10% 미만이다. 정부는 사모펀드로 우회해 금융권에 들어오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정부 소유 은행들이 앞으로 민영화를 앞두고 있고,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도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 이번 제도개편은 향후 국내 금융권 재편과정에서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자본이 직·간접적으로 은행을 소유할 경우 대주주 자격 심사, 자금 흐름 검사 등 금융감독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게돼 대기업 자금 금융권 유입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를 우려하며 시민단체 등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삼성 금융지주의 모습은
보험지주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되는 등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편으로 우리나라도 GE처럼 금융과 비금융 모두가 주력인 회사가 나타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졌다.
현재는 모든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고,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 형태로 지배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보험지주사는 자회사로만 비금융회사를 둘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삼성금융지주는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둘 수 있다. 다만 삼성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삼성생명이 포함되면, 생명이 다시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는 없다.
은행과 보험이 없는 금융투자회사는 제조업체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자유롭게 둘 수 있다. 즉 삼성증권 중심 지주사라면, 그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삼성전자를 거느리는 것도 원칙적으로 가능게 된다.
◇ 은행연합회 "금융지주사법 통과 `환영`
22일 은행연합회는 발표문을 통해 "우리 금융관련 협회 및 금융회사들은 이번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통과로 국내 금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법안 통과로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국제 수준으로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울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고 사업구조 채택의 자율성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증자 등을 통한 은행권의 자본확충이 보다 원활해지고, 건전성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 반발 거세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자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지배 여부를 불문하고 전체 금융시스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그룹에 대해서는 연결감독을 강화하는데 완전히 합의한 상황에서, 유독 우리나라만이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자산운용규제의 세계적 추세는 자산유형별 규제(주식, 부동산, 파생상품 등 각각의 투자한도 등)는 완화하되, 여신 집중의 위험에 대한 규제(동일인, 동일차주, 대주주, 거액여신 등에 대한 익스포저)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오히려 비은행지주회사에 대한 자산운용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관리자 기자 adm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