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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가벼움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8-06-29 18:16

조관일 인테크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요즘 들어 각별하게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속된 표현으로 ‘사람들의 입이 너무 싸다’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비밀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도모하기 위해 잘 아는 이에게 자료 수집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이건 당신과 나만 아는 것이니 일이 성사될 때까지 극비로 하자”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딱 세 사람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단 5일도 못돼서 그 일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 되고 있었다. 그 황당함이라니!

비밀지킴은 인간의 필수적 도리

결혼 25주년을 맞아 우리부부는 결혼 당시 사회를 봤던 친구와 함께 신혼 여행지였던 강릉의 한 횟집에서 만났다. 술잔을 기울이고 취기가 돌면서 젊은 날의 추억담이 오고 가던 중, 아뿔싸 그 친구가 그만 ‘천기’를 누설하고 말았다. 아내의 절친한 친구(여성)에게 학창시절의 ‘추문’이 있었는데 그것을 내 친구가 화제로 삼아서 자연스럽게 까발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 사연은 우리들 남자만 아는 비밀이었고 아내는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 친구는 당연히 나의 아내가 그 사건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부부간에 비밀로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25년 동안이나 그 비밀을 지키고 있었다. 친구와 헤어진 그날 밤, 나는 아내로부터 섭섭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어쩜 그럴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논리는 이렇다. 아무 가치 없는 지난날의 추문을 까발려서 아내가 둘도 없이 가까운 자기 친구를 이상한 시각으로 보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비밀은 절대로 지켜주는 것이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필수적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소한 개인사뿐만 아니라 정치판을 봐도 그 놈의 가벼운 입 때문에 나라일이 혼란에 빠지고 일파만파의 문제를 야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든 화근이 입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조금만 더 입을 다물고 비밀을 지켜주면 세상이 훨씬 더 편안하고 믿음직스러울 거라고 생각된다.

당신도 비밀이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겪어야 했던 곤혹스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입을 꽉 다물어줄 친구 한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에게 과연 그런 친구가 있던가? 혼자서 끙끙 앓기에는 너무 힘겨운 사실을 함께 나누며 끝까지 비밀을 지켜줄 사람이 당신에게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게 믿음직한 사람이 없기에 사람들은 고독을 느낀다. 직장에 동료도 많고 사람도 많건만 고독한 것이다. 속마음을 탁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대화 상대자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을 하고 싶어 한다. 자기의 속사정을 누구에겐가 털어놓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게 공통된 심리이다. 그리고 그 대화 내용이 절대적 비밀로 지켜지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이 가볍다. 비밀을 지켜주지 않는다. 비밀이 비밀스러울수록 더 쉽게 까발리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비밀’이 나의 약점이 되어 어떤 부메랑이 될지 모른다.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친구 사이건 연인 사이건 아니면 부부 사이건, ‘비밀누설’의 염려로 인하여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들의 인간관계가 겉돌게 되는 것이다.

비밀지킴의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

당신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비밀을 지키는 데 대해 특별한 각오와 실천이 필요하다. 이것은 인간관계의 기본중의 기본이요 원칙중의 원칙이다. 그것 하나만 철저히 지켜도 당신 주위에 사람이 모이게 된다. 그래야 남들이 당신을 신뢰하고 진정한 대화상대자로 인정해준다.

지금은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이다. 가급적 말을 많이 하자는 ‘수다문화’가 권장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지켜야 할 것은 끝까지 지켜주는 확고한 신념 또한 필요하다.

입이 가벼우냐 아니냐의 현대적 기준은 말이 많냐 적냐 하는 양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이야기를 발설하느냐 아니냐의 질적인 문제다. 가급적 말을 많이 하고 살기를 권한다. 그러나 해서는 안될 말은 절 절 절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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