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민영화·공적자금 은행 M&A 등 은행권 빅뱅 예고
2008년에도 예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2008년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한 성장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바젤2의 시행과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으로 2008년 은행권의 경영 환경은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격변하는 환경속에서 2008년 은행 경영의 핵심은 ‘금융지주사 추진 가속화’, ‘유동성 관리’, ‘PB·IB분야 강화’, ‘M&A를 통한 성장성 확보’, ‘구조조정’ 등이 꼽히고 있다.
◇ 금융지주사 전환은 대세
지난 11월 개정 금융지주회사법의 시행으로 금융지주사 설립조건이 완화되고 지배구조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이뤄짐에 따라 2008년에는 은행권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우리, 신한, 하나금융지주외에 국민, 기업, 한국씨티, SC제일은행 등이 지주회사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국민은행은 지난 11월 30일 이사회에서 금융지주회사 설립 추진을 공식 결의하고 이를 위해 지주회사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12월초 추진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9월말까지 지주회사 설립 등기를 완료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내부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은 지난 11월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증권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내년 1분기까지 한누리투자증권에 인력보강 등을 한 뒤 국민은행 고객과 증권사를 연계하는 작업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또 증권업종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추가로 대형 증권사를 인수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도 최근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모습이다. 기업은행은 기은SG자산운용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지난 12월 28일 2008년 중에 증권사를 신설키로 결정하고, 보험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증권 자회사를 신규 설립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기업은행은 내년 1월 중에 증권사 신규설립을 위한 예비허가신청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신임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지난 26일 취임사를 통해 “증권 자회사를 설립하고, 중기적으로 보험사도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여신전문회사를 만드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SC제일은행의 대주주인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가 예아름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SC제일은행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SC제일은행측은 지난해 대부업체인 프라임파이낸셜을 만든 데 이어 지난 12월 11일 캐피털 업체인 스탠다드차타드 캐피탈을 설립하는 등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한누리증권과 LIG생명 인수전에도 참여하는 등 증권과 보험업 진출도 꾀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도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한국씨티캐피탈 등의 관계자들과의 시너지 극대화를 꾀하는 차원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지난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금융기관을 M&A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 기존 씨티그룹 자회사들을 이용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 유동화 위해, RMBS발행
머니무브 현상과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내년에도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은행권에는 유동성 관리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은행들은 무엇보다 대출성장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 안정적 예대율을 유지함으로써 수익성을 확보하고, 고객기반 확보 및 이탈 방지를 위한 노력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하는 파생상품 결합 수신상품 등의 복합상품 개발을 추진해 조달원을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지주사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금융서비스 제공 기회를 통해 수신상품의 시장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역시 투자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하락함에 따라 자산포트폴리오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은행상품의 비중이 확대 될 것을 대비해 지속적인 수신 상품 개발 및 수신확대 강화를 통한 자금조달을 한다는 방침이다.
또 자산유동화를 위해 국민·신한·우리은행은 RMBS 발행 준비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내년 상반기 중에 해외RMBS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내년 상반기 해외 RMBS발행을 앞두고 발행방법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도 비슷한 시기에 1조원 규모의 해외 RMBS를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현재 9000억원의 주택담보대출 자산에 대해 해외 MBS발행에 대한 동의를 받아 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RMBS발행을 통한 자산 유동화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역시 수요가 부족하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의 이유로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수요가 많지 않다”며 “시장 경기가 불안하고 조달조건이 만만치 않아 발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수익 다변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신성장동력, PB·IB분야 강화
“PB 영업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시중은행의 PB 관계자는 예대마진 축소에 대응하고 수수료 수익 확보를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PB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만 무엇보다 은행권의 복합금융서비스가 더욱 강조되는 상황에서 PB영업 강화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 PB를 강화하기 위해 사업 추진팀에서 사업부로 조직을 확대하고 대대적인 인력충원에 들어갈 계획이다.
네트웍 역시 올해 2개의 센터를 오픈한 것에 이어 내년에는 서울을 비롯 대전, 인천, 대구 등 전국을 커버하기 위해 2배 이상이 되는 5개의 센터를 추가로 오픈해 7개의 센터로 확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역시 3개의 센터를 2배로 늘려 6개의 센터를 서울에 집중적으로 오픈해 우량 고객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005년부터 2년에 걸쳐 3개로 확충한 것에 비하면 네트웍의 수를 대폭 늘리는 셈이다. 또 네트웍 확충과 차별화된 부가서비스 제공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PB센터를 비롯 네트웍의 수를 어느 정도 갖춘 은행들은 직원들의 집중적인 역량 강화에 올인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네트웍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현재 27개의 PB센터를 내년에는 3개를 추가한 30개 센터로 확충하고 2010년까지는 네트웍의 수를 더는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중기적으로 봤을 때 30개 정도의 센터이면 전국적으로 커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선제적으로 네트웍 확충에 집중한 만큼 다른 부문의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내년에 투자환경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만큼 자산관리 교육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금융시장이 좋지 않을 때 PB의 진정한 실력이 나오는 만큼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신한은행이 강조하는 것은 고객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고객과의 관계 구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증권사와는 달리 단기간의 성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도덕적으로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윤리성 강조와 신한은행 PB의 이미지 관리에 특히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수정예 밀착 관리’의 강점을 계속 살린다는 계획이다. 금융자산 10억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뱅커 1인당 국내에서 가장 적은 50~60명의 고객을 전담 관리하고, PB팀장과 주니어팀 등 두 명이 한팀을 이뤄 고객을 밀착 관리해 경쟁력을 가지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14개의 PB센터를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더욱 확대해 18~19개의 센터로 확충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수익 창출의 원동력으로 은행들은 IB강화도 서두르고 있다. IB 관련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계열 증권사를 통한 IB 강화, 해외진출·제휴 등에 나선 것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IB중심의 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자본금 3천억원 규모의 증권사 신규 설립에 대한 최종 확정을 한 상태이다.
농협은 투자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IB본부를 ‘IB센터 분사’로 확대 개편키로 했다. 다음달 서울 서대문로에 완공하는 IB센터(지상 7층)에 2백70명의 IB전문 인원을 입주시키는 등 장기적으로 IB센터 분사를 IB전문 별도 법인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 M&A바람 거세진다
내년에도 은행권에서는 M&A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M&A관련 최대 이슈는 외환은행 재매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문제는 사법적인 절차로 인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계 HSBC가 최근 금융감독당국에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인가를 신청했지만, 감독당국은 사법적 결과가 나온 뒤에 적격성 심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법원의 판결이 늦어질 경우, 외환은행 인수자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상황이 바뀌게 되면 국민은행, 하나금융, 농협, 국민연금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은행권 M&A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자가 국책은행을 민영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하고 있는 만큼 기업, 산업은행등 국책은행 민영화와 우리은행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에 대한 M&A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경우 투자은행(IB)부문을 떼어내 대우증권과 함께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새정부가 이 방안대로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국민, 신한. 하나은행과 국민연금 등이 인수전에 대거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행도 M&A대상이 되고 있다. 새정부가 기업은행을 민영화한다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공산이 크다.
이외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그룹내 우리, 경남, 광주은행도 매각 대상으로 떠오른다. 우리은행의 경우 그 규모가 커서 수조원이상의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보여, 인수 대상자가 쉽게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사모펀드나 국내외 대기업 등이 인수자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경우 금산분리 원칙이 걸림돌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 광주은행에 대한 분리매각 얘기도 나오고 있다. 부산, 대구,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자통법 시행에 맞춰 몸집불리기 차원에서 경남, 광주은행의 M&A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다.
◇ 구조조정 한파 계속
내년에도 은행권의 구조조정 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씨티은행, 신한은행 등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2월 21일까지 상위직 직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 신청자는 420여명이었으며, 이중 412명이 희망퇴직 대상자로 확정됐다.
국민은행도 연초 날로 심화되는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농협도 1월부터 본부 조직 슬림화 등 조직개편 및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특히 최원병 신임 회장이 중앙회 조직개편을 강하게 표명하고 있어,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이 은행권 구조조정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은, 은행권 수익성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국민은행연구소 관계자는 “은행 인력의 고령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에 따른 임금인상 요소 및 복리후생비 증가, 신수종 사업 진출을 위한 고급인력 확보비용 등 내년에도 인건비 상승이 예상된다”며 “이에 내년 국내 주요은행들이 명예퇴직 실시 등 인건비 관리를 위한 대응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하성·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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