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때문에 뜻있는 금융인들은 다른 분야보다 빨리 중소기업대출 성장경쟁을 통해 은행들의 역량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자산 성장세 못지않게 자산의 질과 수익창출력이 뒷받침되는 곳과 아닌 곳의 성패는 엇갈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5일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금리를 (현재 거래 하고 있는 은행보다)낮춰줄 테니 당장 거래 은행을 바꾸자며 하루 아침에 고객을 채가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여건이 좋으면 직접 은행들에게 조건을 불러보게 한 다음 입맛에 맞는 은행으로 갈아타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형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신용도 중상위 이상 기업군에게 릴레이션 비즈니스는 옛말이고 비딩 비즈니스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우선은 다른 은행 고객 뺏기 위주의 싸움이 선호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용도 격차에 따라 우수한 기업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경쟁효율성이 실현되는 자연스런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산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수익창출력이 떨어지고 중장기적으로 자산건전성을 헤친다면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성장과 함께 퇴행의 길로 접어들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지난 4~5년 동안 성장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다가 모처럼 경쟁다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자산성장에 따른 효과가 이자마진 감소폭을 앞지르거나 늘린 자산이 감내 가능할 만큼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만 자산의 급격한 성장전략은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기존 거래 은행이 업황과 시장환경을 봤을 때 시설투자를 늘리는 것이 무리스럽다 결론 지었거나 매출을 크게 늘리겠다며 마케팅비용 지출을 늘리겠다는 고객의 추가대출을 보류하고 있다면 채 가는 은행이 반드시 나타나는데, 그때는 위험부담도 고스란히 채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풍토는 사이즈 격차가 곧 은행 서열화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당장 큰 손실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은행 규모 키우기를 요구하는 낙후한 은행산업의 상황에 기인한 바 크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기술력과 마케팅역량, 시장환경 등의 사업 타당성 검토가 소홀하거나 자칫 방심했다가는 큰 후유증을 낳을 가능성은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단기업적주의에 끌려 일단 늘리고 보자는 식의 영업에 치중하면 곧바로 후유증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오로지 금리를 무기로 남의 고객을 뺏어오는데 급급한 나머지 고객에게 맞춤형 밀착 서비스 제공이 미흡하거나 나중에 금리를 올리려다 마찰을 빚고 옛 거래 은행으로 유-턴했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에 뜻 있는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결국은 마진 폭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기존핵심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동시에 전도가 유망한 중소기업 고객 발굴에 성공하는 은행이 승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리스크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기술력과 영업력, 시황과 업황 등 기업 및 업종 분석역량 강화에 바탕을 둔 긴 안목의 경영이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소기업을 잘 알고 잘 고르는 능력과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해 주려는 열정이 더 중요하다”는 한 기업고객 담당 임원의 말이 과연 공자님 말씀에 불과한 것일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