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10여개 지점에서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약 18개월 동안 2조원대 안팎의 ‘주금 가장(假裝) 납입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채업자가 법인설립이나 증자를 위해 필요한 주식납입금을 일시적으로 납입하고 바로 빼내는 수법이 이용됐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지난번 외환은행 정기검사에서 2조원 정도 규모의 가장주금납입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빠르면 이 달 하순에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처 금융감독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제재 수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계에는 금감원이 이번 가장주금납입에 연류 된 지점장과 담당자들에 대해 가장납입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주금납입증명서를 발급했는지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측은 “담당 지점장과 직원 등 대략 20~30여명의 관련자에 대해서는 지난번 정기인사 때 본부발령을 냈다” 며 “사실상 기업체의 주금납입은 은행의 고유업무 가운데 하나이나 자금의 실체를 파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해명했다.
금융계에서도 대부분의 은행에서 가장주금납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신설 법인의 경우 약 60~70% 가량이 가장주금납입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검찰도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철저히 강력한 처벌의지를 표명한 바 있지만 금융계에선 좀 더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은 가장주금납입을 완전히 뿌리 뽑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에 대해 금융계 관계자는 “통상 사채업자는 1억원을 기업주에게 빌려주면서 50만원 가량을 수수료 수익을 챙긴다”며 “자금동원이 풍부한 사채업자와 한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기업주가 상호 기대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발생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과거 일부 지점의 경우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해당 지점장과 담당자까지 연루된 채 횡행했덧붙였다.
과거 모은행 가장납입사건은 사채업자가 가장납입으로 회사를 세우고 싶다는 업자의 의뢰를 받고 최고 2억원정도를 빌려주고 업자들은 이 돈을 근거로 은행에서 주식자본금 증명서를 발급받아 등기소에서 법인설립 등기절차를 밟아 하루에서 이틀사이 회사를 만들었다. 현행 상법상 가장주금납입 행위는 최고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형량이 지나치게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형량자체가 미약하다보니 사실상 관행적으로 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창균 기자 yangc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