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을 받으면 저비용성 예금 유치뿐 아니라 부대거래 발생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양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 8월12일 현재 373개 대학의 등록금 수납업무를 맡고 있으며 올 2학기에만 현재까지 160개 대학과 계약을 한 상황이다.
지난주까지 2038억원을 받았으며 등록금 수납이 본격화되는 이번 주와 다음주 가장 많은 수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학기에 많은 대학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학자금 대출과의 연계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대출과 동시에 등록금 납부로 바로 처리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이 부실문제로 학자금 대출을 꺼려하거나 취급하지 않는 바람에 농협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농협은 이번 2학기 수납을 위해 지난 7월 웹기반의 프로그램을 개발, 대학등록금 수납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 처리속도 및 용량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국민은행도 상반기에 230개 학교의 등록금을 받았으며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가상계좌를 통한 수납도 확대할 예정이다.
가상계좌를 통한 수납은 은행이 해당 학교의 학생들에게 계좌번호 형태의 일련번호를 주면 학생들은 이 번호로 모든 은행에서 납부가 가능하다. 또 학교측도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납부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어 관리도 편리하다.
국민은행은 현재 10여개의 가상계좌 거래를 하고 있으며 기존 창구 수납, CD/ATM, 인터넷 등의 채널과 함께 고객들이 편리하게 수납할 수 있는 채널들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도 현재 101개 학교와 거래하고 있으며 이중 가상계좌로 운영되는 학교가 60개다.
지난 2003년 1학기 때부터 가상계좌를 운영했으며 최근엔 일반 창구 수납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조흥은행은 현재 75개 대학의 등록금을 받고 있다. 올 1학기에 두 개 대학에서 가상계좌 시범 운영을 했으며 2학기엔 7개 대학을 유치 모두 9개 대학과 거래하고 있다.
내년엔 이를 더욱 확대해 20개 정도의 대학과 거래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후발은행으로 등록금 수납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신한은행도 가상계좌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이미 창구 수납은 선발은행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채널로 경쟁을 하겠다는 의미다. 올 1학기에 한 학교와 가상계좌 시범운영을 했다.
신한은행은 앞으로 가상계좌가 학교나 은행, 고객 모두에게 편리한 점을 들어 가급적이면 가상계좌로만 영업을 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등록금 수납 학교를 늘리려는 것은 저비용성 예금 유치, 부대거래 등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학교측에서는 자금운용시 MMDA, 정기예금으로 예치하거나 혹은 고수익 상품으로도 전환한다. 또 수납 당시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돈이 며칠 동안 머물러 있는 것도 은행에는 이익이다.
장기적으론 부대거래 효과도 만만치 않다. 미래 고객인 학생들 뿐 아니라 안정적인 직업인 교직원을 대상으로 마케팅이 가능하고 재단이 있는 경우 이들 재단의 자산관리로도 확대될 수 있다.
등록금 수납을 맡고 있는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기업체에 비해 대학 등의 교육기관은 부도 가능성도 낮고 한 번 거래를 시작하면 밀착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