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금여력이 크게 떨어지는 영세민과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관련법상 금융기관의 출연금 의무를 규정했지만 한두 군데를 제외하면 지키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책은행은 물론이고 모든 금융기관에서 이 같은 상황이 만연해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영세민과 저소득층이 소외되고 빈곤의 대물림 고리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택자금 대출보증 규모는 2000년 10조원에서 2002년 11조5천억원으로 정점에 올랐으나 지난해 8조3천억에서 올해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조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 주택신용보증기금 실제추정 출연금액 규모 = 현재 은행권이 출연금 납부를 목적으로 회계처리 계정된 주택자금대출액은 50~60조원대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발생하는 주택자금대출규모가 이보다 2~3배정도 많다는 게 금융계측의 시각이다.
한국은행이 올초 발표한 ‘20 03년도 가계신용 동향’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미루어 볼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은 253조원으로 이 중 절반 가까운 125조원이 주택용도로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정부측과 은행권에서는 계정과목상 주택자금대출에 포함되지 않고 신용대출로 처리된 아파트 중도금대출 규모만도 40~50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전세자금을 제외하고도 중도금대출과 함께 변경처리 된 주택자금대출규모를 더한다면 100조원 안팎이라는 것이다.
이를 주택신용보증기금이 처음 도입된 지난 88년부터 누적치를 적용할 경우 은행권이 출연해야 할 금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법규정이 모호한 가운데 주택금융공사가 확대 해석해 적용할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며 “정부측이 10년이 훨씬 지난상황에서 이를 파악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 현행법상 문제점 = 현재 은행측과 정부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게 된 배경에는 현행법에 명시된 주택금융공사법의 해석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재경부는 주택자금대출 정의를‘주택의 구입과 임차 개량에 쓰기 위한 대출’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이 경우 양측은 아파트 중도금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정부측은 당연히 주택의 구입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며 출연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은행측은 일반대출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계정처리를 세분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금을 납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며 “법적용과 해석에 대한 적법성 여부에 대한 소송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측은 중도금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주택의 구입자금과 임차로 이용되는 것이 명확한데도 이를 은행권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출연대상이 되는 금융기관의 대출금의 범위도 양측간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공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출연기준대출금은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상의 계정과목을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은행들은 출연금 납부액을 줄이기 위해 대차대조표상 주택자금대출액을 줄이게 만드는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도 주식회사이고 법규상 명쾌하게 못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양창균 기자 yangc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