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현재 총파업 6일째를 맞은 한미은행 노사는 이날 오후부터 실무협상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번 협상이 실제 이뤄진다면 지난 28일 있었던 협상에 이어 파업 이후 겨우 두 번째가 된다.
그만큼 협상 타결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간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할 정도로 의견차가 커 타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협상 한다지만 큰 기대 않는 분위기 = 그나마 열릴 교섭이 대표교섭이 아니라 실무교섭이라는 사실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금융노조 양정주 교육선전본부장은 “하영구 행장에 대한 씨티로부터의 권한 위임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실무협상이다보니 의견접근에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며칠째 협상이 없었던 것을 비춰볼 때 다시 대화의 물고를 튼데에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노조 관계자도 “지난번 협상에서도 전혀 의견의 접근을 이루지 못했으며 (경영진이)선언적인 고용안정 약속 말고는 어떤 사안도 논의를 하려고 하지 않아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 고위관계자는 “희망부서 우선배치 등의 부문은 내용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술적으로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과 관련 노사 모두 장담을 하지 못하고 있으나 파업 장기화에 대한 부담도 커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측은 당초 임단협에서 38개 사안을 요구했지만 수정안에서는 보조금 문제 등 일부 항목을 철회해 15개 항목을 요구한 바 있다.
파업 6일째를 맞은 이날 은행측은 금융노조 양병민 위원장과 한미은행노조 서민호 위원장을 비롯해 노조관계자 8명을 업무방해 협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협상이 별 진전을 보이지 않는데다 은행측의 고소로 인해 한미은행 직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분불안·차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심각 = 이번 파업은 외부에서 보는 대체적인 시각과 달리 직원들의 고용불안에 앞서 신분불안 및 차별 등 상대적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게 한미은행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씨티 서울지점과의 통합준비 과정과 최근 있었던 일련의 인사에서 한미은행 직원들의 이같은 불안감은 더욱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의 시스템에 익숙치 않은 한미은행 직원들의 불안과 경영진 사이의 장벽이 파업으로까지 내몰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조 권오근 부위원장도 “씨티서울지점과 동등한 상황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은 만들어 줘야 하는게 아니냐”며 “이같은 차원에서 희망부서 우선배치 등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