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내외부에서는 현 정대근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두 후보간의 정책공약이 상반된 측면이 있는데다 정대근 회장이 연임될 경우 10년간 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농협의 이번 선거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 및 신용·경제사업분리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 특히 향후 농협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가 판가름되는 시기여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연임할 경우 10년 집권(?)=현 정회장이 연임될 경우 향후 4년을 합쳐 총 10년간 집권하게 된다. 1998년 선거직으로 전환한 뒤 1대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2년간 회장직을 유지했다. 이후 선거를 통해 연임됨에 따라 현재까지 총 6년간 회장직을 수행해온 것.
농협 내외부에서는 이번에도 정 회장이 연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경선이기는 하지만 정 회장이 연임될 것이라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일부 조직의 변화 가능성도 있다. 현재 축산경제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송석우 대표이사의 임기(4년)가 6월로 만료되면서 바로 새 대표이사를 뽑아야 한다. 축산경제대표이사는 축산조합장 20명으로 구성된 협의회에서 선출한다.
나머지 신용, 농업경제대표이사는 임기가 2년여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회장이 선출되고 나면 새롭게 체제를 정비해 조직을 이끌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정 회장은 공약 사안 중 하나로 상호금융을 전담할 상무를 두겠다고 밝히면서 현재 13명의 상무에서 한 명의 상무가 더 늘 수 있다.
이밖에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해 회장의 비상근 명예직화가 될 경우 기존의 신용, 경제대표이사 이외에 교육 지도 부문을 담당할 임원으로 대표이사 대신 전무이사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중장기 전략을 마련중에 있다. 4개년 및 5개년 계획을 별도로 수립하고 있으며 회장이 선임되면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 ‘조합 지원’대 ‘중앙회 개혁’=이번 회장 선거엔 현 정대근 회장과 이상필 문경 점촌 농협조합장이 출마했다. 당초 5명이 입후보 원서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천서를 받지 못해 결국 출마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들 두 후보는 상반된 공약을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 회장은 조합에 대한 무이자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상호금융 금리인하 추진으로 인한 경영부담을 느끼는 조합에 다각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할 것임을 밝혔다. 또 중앙회에 도매 마케팅 조직을 신설, 일반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도매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밖에 농협문화복지재단과 농협장학재단 등을 통해 각각 5000억원,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같은 공약과 관련 일부 지역 조합에서는 “상호금융 금리인하로 인해 지역조합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려 했던 것처럼 이런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지역 조합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공약을 펼친 반면 이상필 후보는 중앙회 개혁에 대한 강도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지점의 과다 인력, 소규모 출장소 통합병과 퇴직간부로 형성된 자회사 사장단 등 불필요한 인력 1000여명을 감원하는 등 중앙회의 슬림화로 1600억원 정도를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회의 경비 절감으로 지역농협을 확실히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농협중앙회 회장은 오는 25일 조합장의 투표로 선출된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