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국증권연수원에서 열린 금융감독의 지배구조에 관한 특별 심포지엄에서 경상대학교 김홍범 교수는 ‘한국의 관료조직과 금융감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광범위한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강화가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종금사와 카드사가 각기 부실화됐다”며 이같은 감독부실의 문제를 가져온 다섯 가지 원인을 꼽았다. 다섯 가지로는 △감독기관 구조의 비효율성 △경제정책과 감독정책간 책무의 혼란 △규제포획 △감독정책 시계의 단기화와 규제유예 △감독의 전문성 부재 등으로 요약된다.
김 교수는 또 이들 요인을 관료조직의 순환인사 및 불투명성·경직성·폐쇄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순환보직 아래서는 실질적으로 임기가 없어 감독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책도 단기화 하기 쉽다”며 “이런 상황에서 건전한 금융시스템을 지향하는 중장기적 감독정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감독당국인 금감위가 재경부와의 순환인사를 통해 상시적으로 교류하기 때문에 금감위는 자신의 고유 업무에 대해서 독자적인 시각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이같은 요인으로 이들이 경제정책과 감독정책 사이에서 책무상 혼란을 일으키는 사례도 함께 지적했다. 지난 2003년에 경기활성화를 위해 은행경영실태평가시 BIS비율 1등급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한 바 있다.
이는 감독정책을 경기정책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다.
김 교수는 “순환인사의 원칙은 관료가 장기적으로 감독업무를 통해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고도 말했다.
이와 함께 경제정책의 결정권한 및 경제정보가 담당 정부부처에 집중돼 민간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으며 내부적으로 견제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불투명성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이같은 관료조직의 불투명성이 감독 관련 업무에 있어서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한국은행 간 수직위계에 의한 재경부의 정책지배를 가능케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교수는 통합감독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노르딕 3국 모두 국내 관료조직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는 세 나라 모두 재무장관(경제장관)이 감독청장의 일상적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으며 정부행정의 투명성과 공개성을 중시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