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 부회장의 사퇴 배경은 민 부회장의 위상이 우리금융 1기와 달리 크게 위축된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과 황 회장 등 새 경영진과의 갈등 가능성으로 크게 갈린다.
1기 윤병철 회장- 전광우·민유성 부회장 체제에서는 민 부회장의 위상이 절대적이었던데 비해 2기 체제에서는 그의 최대 장점인 기업금융(IB)과 영어에서 황 회장 또한 전문가수준이고, 예보 출신인 박승희 전무가 M&A전문가라는 점에서 위상이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황 회장과 민 부회장의 출신과 이력이 서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한 연못에 두마리 용이 살 수 없다"는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두 사람 모두 외국계 은행 출신으로 국제금융통인데다 보스 기질이 강하다는 것.
황 회장은 52년생으로 파리바은행(81년)과 트러스트은행을 거친 삼성맨이고, 민 부회장은 54년생으로 81년 씨티은행을 시작으로 쟈딘플레밍증권, 리만 브라더스, 살로먼스미스바니 등의 대표이사를 거친 전형적인 국제금융통이다.
민 부회장은 외국계 재직 시절 포철과 한전을 민영화시켰고, 지난해 우리금융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진두지휘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말 취임한 황 회장의 업무 파악 과정에서 1기 경영진으로 유일하게 잔류한 민 부회장과 황 회장간 갈등이 일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 경영진이 1기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공과 구분없이 무조건 새로운 잣대만으로 평가한 게 민 부회장에게 부담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초 우리카드 4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금융 내부 일각에서는 사고의 근본 원인을 우리금융 1기 경영진이 2002년 3월 우리카드를 우리은행에서 분리한 때문이라며 민 부회장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여기에 황 회장 영입파로 꼽히는 주진형 상무가 번번히 `월권행위`를 한 것도 민 부회장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
주 상무는 지난 17일 일부 기자와 만나 본인의 담당 업무와 무관한 삼성생명과의 보험사 제휴 문제 등을 여과없이 발표해 물의를 일으켰다. 우리금융측은 당시 주 상무가 발언한 "삼성생명 제휴 무산"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제휴 중단은 주 상무의 사견으로 보험사 제휴 문제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우리금융은 황 회장 아래 민유성(재무기획 재무회계 자금 리스크관리) 김종욱(전략기획 감사 인력 업무지원) 투톱 부회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주 상무는 김 부회장 라인으로 전략기획(조사)과 감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부문 인수와 DR발행 등 민영화 관련 업무는 민 부회장이 2001년부터 계속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측은 경영진간 갈등성을 일축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민 부회장이 지난 3월30일 1기 경영진이 모두 퇴임하면서 발생하는 업무 공백을 메우고 주요 업무의 인수인계를 위해 2기 재무담당 부회장으로 유임돼 계속 업무를 수행해 왔으나, 황 회장 취임 2개월이 가까워 오면서 새 경영진이 그룹 업무를 완전히 파악하는 등 우리금융 경영이 본궤도에 올라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 부회장의 사의표명은 새로운 운영시스템 구축과 조직 정비를 앞두고 2기 경영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의 뜻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민 부회장은 오는 31일까지 회사에 나올 것이라며 사퇴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민 부회장의 오른팔로 우리금융을 함께 떠나는 차정원 재무기획팀장도 "당분간 쉴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사퇴)이유가 밝혀질 것"이라고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