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통신사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기지국, 통신설비 등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이때 국내에 진출한 호주 맥쿼리은행의 자회사인 맥쿼리 캐피탈(리스사)은 A통신사로부터 기지국, 통신설비 등을 매입하고 A통신사는 그 돈으로 차입금을 갚는다. 이후 A통신사는 맥쿼리 캐피탈로부터 리스를 이용해 통신장비를 제공받는다.
또 맥쿼리 캐피탈은 A통신사로부터 이들 설비를 사기 위해 타 은행으로부터 해당 설비를 담보로 돈을 빌리게 된다.
결국 맥쿼리 캐피탈은 별도의 자본 투입 없이 수수료 수익을 얻고 A통신사는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반면 국내 시장의 경우 A통신사가 설비를 구입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단순한 구도가 일반적 관행이다. 이 구도에서는 여신만 발생할 뿐 새로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기업에게도 혜택이 없다. 즉 외국계 금융기관이 기업금융에 있어서 새로운 거래를 만들어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는 데 비해 국내 은행은 소극적이다.
최근 외국계 은행의 국내 영업이 확대됨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들은 가계금융 뿐 아니라 기업금융에서의 경쟁도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대출 중심의 기업금융에서 한층 나아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씨티은행의 국내 영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기업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자산관리서비스(CMS)를 제공해 이를 수익 모델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기존 거래 고객에 대한 자산관리 뿐 아니라 이를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할 전략도 갖고 있다.
물론 기존 국내 은행도 기업에 대해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이는 수익개념보다는 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은 소규모 헤드쿼터만을 두고 전세계 브랜치를 통해 영업을 한다”며 “씨티은행을 비롯한 외국계 은행은 이같은 상황을 적절히 이용해 수금, 결제 등 제반 자금을 관리해주고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기업은 인력 부담을 줄이는 것과 함께 은행에 위험을 전가시킬 수 있다. 은행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관리해 주고 이를 통한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
시중은행의 한 기업금융 담당자는 “국내 은행은 CMS를 부가서비스 차원에서 생각해왔다”며 “앞으로는 이를 별도의 시장으로 인식하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거래 수수료 몇백원 올린다고 수수료 수익이 증대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은 수익모델 창출을 통한 수수료 수익을 높여나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