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17대 총선에서 어느 후보가 들고 나온 공약 사항이다. 다른 후보들의 공약 내용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대부분 남의 부패만 얘기합니다. 내 집앞, 내가 깨끗해야 청소가 가능하죠”
중구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국민은행 중부지역본부 윤영대 차장(46)은 ‘내 집’ 얘기를 하기 위해 총선에 출마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윤 차장은 이번 총선에서 총 181표를 얻어 낙마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다. 당초 당선을 목표로 총선에 출마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이후 합병의 부당성과 숱한 부패 의혹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며 “내 집에 부패가 없어야 우리 사회, 국가에도 부패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패청소는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라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윤 차장은 “만약 당선이 목표였더라면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고 중구지역에서는 더더욱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대 차장은 이번 선거를 혼자의 힘으로 치뤄냈다. 지난 3월22일부터 휴가를 받아 홈페이지 제작·운영, 선거 포스터 팜플렛 제작은 물론이고 선거운동도 혼자서 했다.
사무실도 없이 시장에서 구입한 확성기 하나와 명함만을 들고 시장, 지하철역 등을 발로 뛰며 운동을 했던 것. 덕분에 안그래도 새까만 얼굴이 더욱 새까매졌다고 농담섞인 얘기도 나왔다.
그는 “선거 전후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주택은행과의 합병문제점을 제기한 이후 지난 2001년에 은행에서 해고됐으며 현재는 대기발령 상태다. 덕분에 지난 3년간 경제적으로 어려웠으며 선거기간 전에 출마를 포기하려고도 했다. 다행히 후원금, 퇴직금 중간정산 등으로 그럭저럭 치르게 됐다고.
이런 그에게 시민들의 격려는 힘이 됐다. 그는 “연세드신 분이 장준하 선생을 빗대며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몸둘바를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0년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에서 같은 목적으로 출마한 바 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온 현재까지 그의 부패청소는 계속되고 있다. 국민은행 자사주 해외매각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합병무효 소송 등에도 나서고 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