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직장폐쇄, 정리해고 등 우여곡절 끝에 합병은 됐지만 조직구성, 직급체계, 직원간 융화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들은 산적해 있다. 특히 카드사 직원이 파업 등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직원들간에 결합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 근로조건·직급체계 상반기는 지나야 개정
근로조건, 직급체계, 노사관계 규정 등은 현행 외환은행 기준에 따라 향후 단체협약 갱신시 개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에따라 상급단체의 공동단협이 끝나고 개별 지부의 단협이 이뤄지는 상반기는 지나야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외환은행과 카드의 근로조건, 직급체계 등은 판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제1금융과 제2금융권의 차이, 상급단체(전국금융산업노조, 사무노조연맹)의 차이 등으로 이들 제도가 크게 다르다.
예를들어 은행은 퇴직금누진제, 사원복지연금이 없어졌으나 카드사는 여전히 존재한다. 또 임차주택의 경우 은행은 서울을 기준으로 최대 95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카드사는 회사가 직접 계약을 맺고 집 자체를 빌려주기 때문에 직원 개인이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직급체계를 보면 은행에서의 실무책임자(평균연령 40대초반·차장)급이 비슷한 연령, 연차일 경우 카드사에서는 부장급인 상황이다. 대체적으로 은행보다는 카드사의 근로조건, 직급체계 등이 낫다는 평이다.
직급체계의 차이는 조직융화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카드 분사 전 은행 입사 동기들이 분사 후에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 특히 이번 합병과정에서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들이 대체적으로 하위직급이 많으며 그 중에서도 신입직원들이 많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그렇다. 즉 비교적 높은 직급들이 고용승계가 많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은 IMF 이후 2002년에 200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한 것을 제외하면 신입직원 채용이 없었다”며 “하위 직급이 모자란 상황에서 높은 직급들이 많아짐에 따라 조직융화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조직 구성이 급선무
외환카드 직원들은 2일 정기휴가를 보내고 3일 외환은행 카드사업본부 직원으로서 정식 출근했다.
당초 사업본부체제로 운영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노사간에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본부를 신설키로 하고 카드전문성 확보를 위해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권한과 자율성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은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직원은 직원대로 35%의 인원이 감축된데다 부서간에 업무도 정해지지 않아 혼란스럽기만 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사발령을 비롯 조직 및 업무범위 확정 등이 시급하다.
외환카드 직원 김모씨는 “똑같은 건물에 들어서는데도 이제는 내 회사의 느낌이 아닌 낯선 느낌뿐”이라며 “마치 전쟁 후유증을 겪고 있는 듯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기존 카드사에서 해왔던 보험, 여행 등의 부대업무에 대한 의사결정도 필요한 시점이다.
신용카드사는 기존 재정경제부의 승인을 받아 통신판매, 여행알선, 보험대리업무를 해왔다. 그러나 이런 업무들이 은행이 영위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에는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에 합병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해야 한다.
국민은행은 국민카드를 합병하면서 방카슈랑스 범위내에서 보험대리업무만 수행할 뿐 다른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여행업무는 외부 여행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추진중이다.
외환은행 역시 이들 부대업무는 외부 대행업체 등을 통해서 하거나 아예 정리하는 방법 등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