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금융감독원은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인식, 비은행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체제 구축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금감원의 ‘여신전문금융사 리스크관리 체제 도입일정’에 따르면 2000년엔 기존 신용평가시스템 기능보안을 비롯, ALM(자산부채종합관리)시스템, 담보평가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며 2001년에서 2002년까지는 여신가격결정시스템 구축도 완료해야 한다. 2003년 이후 장기적으로는 여신업무 완전자동화와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할 수 있는 통합적인 리스크관리시스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카드사의 경우 별도 부서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지만 지난 2002년말까지는 카드사들이 성장위주의 영업을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던 반면 2003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부터는 리스크 관리에 투자할 자금상의 여유가 부족해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다.
■카드사 리스크 관리 현황
카드사들이 가장 잘 관리해야 할 부분은 신용리스크이다. 신용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타 금융권보다 잘 돼있다는 평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재 카드사의 부실이 심각한 것은 이 신용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규모, 부채상환능력 등 가계소득 및 부채의 추세에 대한 전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LG카드 리스크관리팀 관계자는 “2, 3년 후 가계의 소득 및 부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이에 따라 전체적인 여신한도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등의 가계신용리스크 전망이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LG카드는 대규모 인력감축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리스크 관리팀에는 기존 인력의 두배가 넘는 인원을 새롭게 배치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카드사의 신용리스크 관리의 정확도는 아직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신용카드 산업 자체가 은행, 보험업에 비해 역사가 깊지 못해 누적 데이터 및 노하우가 부족한 것도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씨카드 황성배 리스크관리팀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리스크관리를 시스템화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현재 일부 카드사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시스템화돼 있기는 하지만 일부 수작업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비씨카드의 경우 내년도 사업계획 중 하나로 리스크관리 시스템에 대한 외부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며 리스크관리 용량을 강화시키기 위해 시스템 구축에 대한 예산을 산정하는 등 시스템화를 적극 추진중이다.
현재는 금감원의 경영지도비율, 적기시정조치 등을 체크하는 규제리스크와 카드이용대금, 채무불이행을 점검하는 신용리스크 등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카드도 회원의 부실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조기경보제도’ 등 신용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8월부터는 ALM시스템을 구축, 현재 시범 가동중에 있다.
조달과 회수가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유동성리스크에 대한 관리도 시급하다. 특히 최근처럼 연체에 의한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유동성리스크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LG카드 사태의 경우 다른 내·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유동성리스크와 신용리스크가 결합돼 발생한 문제로도 볼 수 있다”며 “카드사들은 이미 리스크가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추가적인 리스크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고 유동성리스크 등 미흡한 부분에 대해선 시스템 및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추진기구 필요
리스크관리에 있어서 발생되는 문제중의 하나는 리스크관리 운용상 의사결정에 반영이 되느냐하는 문제다.
리스크 관리 부서와 경영진간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카드사들이 경영진을 견제하기 어려웠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즉 성장 위주의 경영을 추구할 경우 리스크관리 보다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가 아무리 잘 돼있는 카드사라 하더라도 경영진이 이를 부결시킴으로써 의사결정에 반영이 되지 않는 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리스크관리를 보다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선 CFO 산하에 별도 기구로 부서를 만드는 등 강력한 추진기구가 필요하다”며 “경영진을 견제할 내부통제시스템도 확실히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