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경영정상화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국내외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것은 국내 카드업 신뢰가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조달 및 유동성 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일뿐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좁은 시장에서 많은 카드사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는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외국계 펀드는 현 국내 카드시장 투자 메릿트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외환카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외환카드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선 약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현재 1조원 정도면 한미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실정이다.
굳이 7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외환카드를 인수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이다. 물론 카드업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종이라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카드업계 구조에서 국내 카드시장이 얼마나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별개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카드업계가 신뢰회복을 위해선 카드업계의 빅뱅을 통한 구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시장에 너무 많은 카드사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카드업계의 상황은 과도기적인 시기로 연체율 상승, 당기순손실 등으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 자금조달 금리 상승, 유동성 위기 조짐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경기회복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감소, 연체율 해소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차원에서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 통합됐으며 최근 우리카드, 외환카드 등의 향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2004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 ABS 및 카드채가 총 2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향후 1년안에 카드업계가 시장에서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의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카드채 및 카드 ABS 만기가 집중돼 있는 2004년을 무사히 넘긴다면 2005년 부터는 카드채 시장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