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업체 등록취소 속출 ‘다시 지하로’
오는 27일이면 시행한 지 1년이 되는 대부업법이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금융 이용자를 보호하고 사채업자를 양성화한다는 두 가지 목적으로 시행된 대부업법이 운영상의 문제로 두 가지 모두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다시 음성화되는 대부업-대부업법 후속조치 없어
최근 대부업계의 가장 우려스러운 현상은 대부업체들이 다시 음성화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9월말 현재 대부업법에 의해 등록된 업체는 1만3313개며 등록신청업체는 1만3607개, 등록을 취소한 업체는 1657개로 등록취소율은 12.2%에 달한다.
게다가 등록업체의 30%정도가 등록은 돼 있지만 사실상 음성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대부업체들이 또다시 음성화돼가는 것은 대부업법의 초기 시행 목적과 달리 사후 후속조치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등 대부업법의 관리부실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대부업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돼가는데도 관련세법이나 세부항목에 대한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부업체는 세법상 금융기관의 기준을 적용받는게 아닌 일반 기업의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따라서 대손충당금 손비 인정범위도 타 금융기관이 최고 100%까지 인정을 받는 것과는 달리 2%를 적용받고 있는 실정이다. 상각기준도 채무자가 사망했거나 채권이 5년이 지나야만 비용처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추심 제한과 관련해서도 신용카드사나 은행권에서처럼 명확한 기준이 없다. 대부업법에는 ‘업무의 평온을 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고객은 물론이고 대부업체에서도 위법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매모호한 법 규정이 오히려 고객과 대부업체간의 불필요한 갈등 및 분쟁을 발생시킨다.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 김명일 사무총장은 “세부사항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등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부업체에 대한 지원은 없고 제재만 있는 상황에서 대부업체로 등록을 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자도 훨씬 적고 그렇다고 해서 세제상의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감독만 강화되는 기존 법 체제에서는 대부업법을 양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불법 대부업체에 대해선 어느 정도 감독을 할 수는 있지만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 고객만 멍들어
금융감독원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올 1월부터 9월말까지 신고된 접수 현황을 보면 고금리, 부당채권추심, 불법 연체대납, 부당 수수료 징구 등에 대한 신고는 총 2464건이 접수돼 고객들의 사금융 피해 사례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대부업법 시행 이전인 2002년 1월부터 9월말까지 신고된 2349건과 비교해 오히려 늘어난 수치다.
또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 이자율은 66%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이자율에 맞는 비교적 우량한 고객을 선정하려다보니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도 제한이 되고 있다.
실제 대부업체 입장에선 연 66%의 이자율로는 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워 신용불량자 등 리스크가 높은 고객에게는 돈을 빌려주기 힘든 상황이다.
고객들이 마지막 대출창구로 여기는 대부업체마저도 외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고객들은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엄청난 이자를 지불하면서까지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