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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청계천 복원으로 금융지도 바뀐다” (5)

박준식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7-05 18:21

“청계천 상권, 결국 서서히 枯死한다”(하)
경영평가 발등의 불…문제 인식하나 대책 없어

“청계천 일대의 상권은 이미 지난해부터 붕괴되기 시작했다” 한 은행 청계 지점장의 말이다. 현재 청계천 일대에서 영업을 하는 상점들은 대부분 IMF의 혹독한 불황을 이겨낸 경쟁력 있는 업체들인 것은 틀림없지만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불황으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 지점장은 또 “아마 청계천 복원 공사는 이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시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대부분의 거래 고객들이 이전 내지 사업을 포기할 것이며 결국 이들을 상대로 했던 은행들도 자리를 내줘야 할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다른 은행의 지점장은 “이곳의 상권은 하나의 거미줄과 같이 얽히고 설켜서 한 곳의 가게라도 문을 닫으면 다른 곳도 장사를 못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상권 전체를 살리지 못하면 모든 상권이 일시에 무너지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일단 상점 이전으로 한사람의 고객이라도 은행 거래를 중지한다면 도미노처럼 거래 중지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청계천 주변의 전기, 전자, 기계, 공구, 조명, 의류 및 패션 등 도심제조업 및 도소매업종은 단위부품의 생산에서 완제품 납품에 이르기까지 50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축적된 곳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고난도의 제품 생산에 필요한 관련 업종들이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상부상조의 형태로 영업을 해 왔기 때문에 이 중에서 한가지 업종이 이전하는 경우 전체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소품종 소량생산을 위주로 하는 특수기계 등의 제품은 선진국에 버금가는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제논리에 따라 민간에 주변지역의 재개발 및 정비를 맡길 경우 이러한 무형의 노하우가 일시에 사라져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은 신한은행 청계지점, 국민은행 청계3가 4가 지점, 새마을금고, 수협, 우리은행 청계7가 지점, 외환은행 동대문 지점, 국민은행 청계지점, 하나은행 동대문 지점, 제일은행 잠사동 지점, 우리은행 삼일로 지점 등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하지만 당장 영업에 지장을 받는 곳은 이들 11개 지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동대문 시장에 위치한 외환은행 동대문 지점의 경우, 종로 방면으로 시선을 돌리면 100m 간격으로 기업, 신한, 조흥, 국민, 우리은행이 연이어 들어서 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계천 일대는 1~3평 안팎의 소형 점포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당연히 은행의 지점도 다른 지역과 달리 근접해 위치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청계천 복원이 금융권 및 은행의 지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준은 일부 지점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도심 전체의 지점 전략으로 확대해야 한다.

은행의 입장에서 청계천 복원 공사는 인근 지역의 지점에 대한 경영평가와 이에 대한 보상체계의 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근 상권이 붕괴되는 등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지점에 대한 평가의 기준을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보상 문제는 당장 지점의 최대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본점에서도 대책 마련에 부심중이지만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청계천 복원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라는 것은 초등학교 학생에게 미적분 문제를 풀라고 제시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은행권이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은행권의 반응과 대응은 결코 은행의 관심이 부족하거나 성의가 없어서가 아니다. 서울시가 제시한 개발 계획은 청계천을 허물고 하천을 복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은행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근 지역의 재개발까지는 구체적으로 설계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청계천 복원 공사 자체도 공사의 일정과 교통문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인근 상인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은행들은 5년 이상의 미래를 감안해 사업을 수립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장에 수익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점의 하소연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점에서도 사실상 발만 구르고 있다. 한 은행 지점장은 “인근 상권의 주요 거래 고객들이 경기 불황으로 더 이상 사업을 끌고 나가지 못하겠다고 불평을 늘어 놓는다”며 “IMF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청계천 공사는 이러한 인근 경제를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은행 개인고객 담당자는 “인근 지점의 지점장을 모아 놓고 대책 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결론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며 “다른 지점과의 통폐합 내지 이전 등 원론적인 방법을 놓고 고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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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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