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은행 합병시 보통, 한 은행의 시스템에 다른 한쪽 은행의 데이터를 일괄 이전하는 P&A방식으로 전산시스템을 통합한다.
신한-조흥은행은 모두 유니시스 메인프레임 기종을 쓰고 있는데다 과거 신한은행 창립 당시 조흥은행 정보시스템부 직원들이 대거 스카우트돼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시스템 구조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두 은행 모두 지난해 말까지 메인프레임 용량을 증설하고 멀티 호스트 체제를 갖춰, 합병으로 트랜잭션 건수가 늘어나도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다.
조흥은행은 서울 강남에 주전산센터, 충북 청주에 백업센터를, 신한은행은 일산에 주전산센터, 남대문 본점에 백업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전산장비나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도 넉넉하다.
전산시스템만 놓고 볼때는 P&A방식을 적용할 경우, 가장 효과적으로 통합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문제는 두 은행의 인력 구성과 문화 차이다. 신한은행 전산정보부에는 조흥은행 정보시스템부 출신이 많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신한은행이 창립당시 조흥은행 직원들을 스카우트해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 직원들은 대부분 신한은행 전산정보부로 옮겨온 뒤 조흥은행 입행 동기들보다 승진을 빨리 해 현재 팀장, 차장급 이상의 직책을 맡고 있다.
문제는 조흥은행 정보시스템부 직원들이 좋은 조건을 따라 신한은행으로 옮겨간 옛 동료들에 대해 아직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합병 이후 전산통합을 진행하게 되면 시스템 통합보다는 직급 차이를 조정하고 직원들 사이의 이질감 아닌 이질감을 해소하며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