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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에 만난 은행원 (1) 신한은행 심사부 유재영 과장

박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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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5-28 22:41

“평일은 상담에 시간 할애…주말 근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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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지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일부에서는 “은행원들이 먹고 살만하니까 놀 궁리에 빠졌다”라는 곱지 않은 시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IMF 이후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으로 급격하게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주말과 휴일을 저당 잡힌 생활을 유지했던 것이 이 시대 은행원들의 생활이었다.

주5일 근무제는 이러한 은행원들의 고단한 생활에 윤활유 역할을 해왔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 이후 여전히 주말과 휴일에도 은행에는 많은 은행원들이 늦은 밤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근무 시간이 줄었다고 해서 업무까지 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야근’직원에 대해 일부에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업무 시간에 뭐 했길래 주말에도 은행에 나와서 일을 하나” “일 더한다고 임금을 더 받는 것은 아닌데…” “윗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충성을 다하는군” 등등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일요일 저녁 9시. 텅빈 사무실에서 자기 키보다 높은 서류더미 속에서 만난 은행원들은 무슨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 살짝 들여다 봤다.

지난 5월25일 일요일 저녁 10시40분 신한은행 심사부. 사무실로 들어서자 마자 막 퇴근을 준비하는 유재영 과장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이 시간, 다른 은행의 몇군데 사무실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지금 퇴근해야 하는데…, 시간이 몇시인데 인터뷰를 하자는 것인지…” 유 과장은 난데 없는 기자의 방문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욱이 일요일에 야근하는 것이 뭐 대수냐며 오히려 능력 없는 직원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머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유 과장이 출근한 시간은 낮 12시경. 회사에 와서 도시락 하나 시켜먹고 지금까지 책상머리에 쌓여 있는 기업들의 감사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유 과장은 “기업 심사부의 성격상 4월부터 5월말까지가 가장 바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연초에 기업들이 제출한 회계자료를 평가해 결론을 내려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일의 특성상 팀원간의 협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 심사부 심사역의 역할”이라며 “이 맘때면 심사역들은 종종 주말에도 출근해서 잔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평소에는 무엇을 하기에 이렇게 늦은 주말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혹시 평소에 업무에 소홀해서 주말 근무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기자의 의문에 유과장은 “평소에는 정말로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유 과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되는 업무는 상당 부분은 지점과의 상담으로 이뤄지고 있다. 굳이 시간으로 계산하면 30% 정도의 시간은 상담이라고 봐도 된다”며 “개인 고객 담당 부서야 지점, 고객과의 상담이 업무의 태반이지만 심사역들은 상담보다는 기업에 대한 평가와 분석이 중요한 과제”라며 시간 관계상 주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특히 4~5월달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야기 도중 책상을 둘러보니 마라톤 사진이 곳곳에 보였는데 신한은행의 마라톤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었다. 유 과장은 기업의 평가 작업을 모두 마치면 어느 화창한 주말을 이용해 마라톤 완주에 도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는 이유도 이러한 희망을 빨리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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