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면담은 최근 들어 정부가 여러 노조측의 강경한 행동에 밀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국을 보이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금융계 일부에서는 면담 자체가 지분 매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여론이다. 정부가 지분 매각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이 확대되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유연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흥은행 노조 등은 지분 매각과 관련해 정부가 직접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는 분위기다. 정부와 청와대는 그동안 금감원과 재경부 등을 통해 지분 매각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접했겠지만 당사자로부터 직접 의견을 듣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조흥은행의 허흥진 위원장은 “TV토론회 등은 무산됐지만 결국 은행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게 된 결과”라며 “재경부와 금감위 등의 단순한 보고에서 벗어나 매각 당사자 은행과 여론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을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흥은행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결국 최종 열쇠는 청와대와 노무현 대통령이 쥐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의중을 확인한다면 향후 투쟁 활동의 수위 및 진도를 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국내 유일의 민족자본인 조흥은행이라는 한 은행의 지분 매각이라는 특수성을 배제한다면 노조와 청와대의 만남에서 특정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청와대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전교조와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한 대처와 관련 ‘노조의 힘’에 밀린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조흥은행의 지분 매각 작업을 노조의 강경한 자세에 밀려 후퇴시켰다는 인상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한은행 노조에서도 조흥은행의 지분 인수와 관련해 반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자칫 ‘勞勞간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새로운 노조 집행부는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이건희 노조위원장은 “조흥은행 직원들만 피해를 보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합병에 따른 피해는 신한은행 직원에게도 똑같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