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증권은 6일 미국 주식뮤추얼펀드의 자금이탈이 지난 달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월 소폭이지만 순유출로 시작하며 불거진 불안감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메릴린치는 자사의 모델에 의한 추정치를 근거로 2월 주식뮤추얼펀드에서 50억달러 가량이 빠져 나갔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미국 주식뮤추얼펀드 자금은 5억달러 가량의 ‘작은’ 이탈을 보였다. 메릴린치의 수석 글로벌투자전략가 데이비드 바우어스는 그러나 이탈자금은 전체 자산의 0.1%도 되지 않는 미미한 규모였지만 출발이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과거 20년 동안 1월에 뮤추얼펀드에서 순유출이 발생한 것은 지난 1990년과 98년을 포함해 총 세차례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평균적으로는 1월에 전체 펀드 순자산의 0.6%가량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됐었다.
1월에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글로벌펀드나 인터내셔널펀드)에는 10억달러가 못되는 자금이 순유입됐지만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14억달러 가량이 이탈했다. 이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팔고 해외 주식을 산 경우는 지난 2002년 6월 이후 처음이며 그 이전 기록은 1990년 9월이 마지막이었다. 바우어스는 “아마도 달러 약세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권뮤추얼펀드에는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120억달러 가량이 순유입됐다. 투자자들은 13개월 연속 채권뮤추얼펀드를 사들였고 이 기간 동안 순유입 총액은 152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채권 펀드매니저들은 현금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린치는 1월에 채권펀드의 현금비중이 5.6%에서 6.7%로 증가했으며 이느 1990년 4월 이후 최고라고 설명했다.
바우어스는 “현금비중이 극적으로 증가한 것은 몇가지 의문을 남긴다”며 “채권이 그렇게 잘 나가는데 왜 현금을 늘리는가”라고 반문했다. 위험회피의 표현이거나 아니면 채권이 고평가돼 있어서 펀드매니저들이 더 이상 매수를 꺼리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바우어스는 그러나 “채권펀드의 유동성 확대가 필연적으로 채권가격의 하락신호는 아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1990년 4월, 1995년 2월, 1997년 4월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만 채권시장의 활황은 좀 더 연장됐다는 설명이다.
메릴린치가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전체 뮤추얼펀드에서 현금비중이 주식비중을 웃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금비중은 40.3%로 나타나 주식투자비중(39.9%)를 199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앞섰다. 지난 2000년 말 주식투자비중이 60%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 메릴린치는 또한 전체 뮤추얼펀드 자금이 정체를 보이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식과 채권 및 MMF의 모든 신규유입자금을 12개월 이동평균해 봤더니 제로(0)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바우어스는 이를 “투자자들이 이미 뮤추얼펀드를 충분히 갖고 있다는 신호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