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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事와 虛事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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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2-15 19:55

[김병규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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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출되는 ‘국민의 정부’의 말기모습에서 많은 교훈을 느끼게 된다. 사람에 따라선 여러 가지 상념도 떠올리게 되는 모양이다. 5년 전 취임 때의 그토록 당당하던 위세와 지난 14일 대북 송금 파문 관련 담화를 발표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비교할 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무상(無常)의 진리가 새삼 떠오른다.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보였던 그의 평양방문, 그리고 이어진 노벨 평화상 수상 등 빛났던 지난날의 영광들이 얼마나 허망한 연극이며 순간적인 것인가를 새삼 생각케 한다.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행동들은 너무나 ‘인위적’이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뒤끝을 아름답게 꾸며 놓을 새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옛 선현들은 큰 사업일수록 무위(無爲)의 행동으로 임할 것을 당부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도덕경(道德經)을 편역(현암사)한 오강남 교수는 무위를 가리켜 ‘행위가 없는 것(non-action)’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앉아서 무위도식하거나 빈둥거린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인간들이 보여주고 있는 ‘인위적인 행위’ ‘과장된 행위’ ‘계산된 행위’ ‘쓸데없는 행위’ ‘남을 의식하고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행위’ ‘자기 중심적인 행위’ ‘부산하게 설치는 행위’ ‘억지로 하는 행위’ ‘남의 일에 간섭하는 행위’ ‘함부로 하는 행위’ 등과 같은 ‘부자연스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오 교수는 설명하고 있다.



無爲의 행동으로 임해야 성공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자발적이어서 자기가 하는 행동이 구태여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는 행동’ 그래서 ‘행동이라고 이름할 수도 없는 행동’, 그런 행동이 바로 ‘무위의 위(無爲之爲)’ 즉 ‘함이 없는 함’이라는 것이다. 이런 행동방식, 이런 마음가짐, 이렇게 초월적 자유를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일은 참된 일이기에 ‘허사(虛事)가 되지 않는다’고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모든 일이든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는 사람과 하는 일마다 안되거나 일이 꼬이는 사람과의 차이가 아닌가 판단된다. 다시 말하자면 일이 성사(成事)되고 허사(虛事)로 끝나는 성패의 이유라고 정의해도 무방하다.

옛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덕성(德性)이 결여된 채 일을 추진할 경우 대개 허사가 되고 만다는 뜻이다. 언제인가부터 사회에선 지성(知性)이 최대의 선이며 무기인 것처럼 강조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덕성은 멀어지고 말았다. 지성은 날카롭고 예리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됨으로써 사람들은 점점 더 영악해지고 잔혹하게 다듬어지게 됐고 인정은커녕 물기조차 느낄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삶을 부드럽고 너그럽게 하고 인간을 착하게 하는 덕성은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시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德治의 모습도 보여주길



김 대통령이 추진한 대북정책도 다른데 목표를 두지 않고, 다시 말해서 숨겨진 의도가 없이 순수한 목적에서 시작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욕됨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큰 일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특히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큰마음에서 나오는 덕을 앞세우고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21세기를 정보화 시대라고 강조하면서 모든 부문에 걸쳐 지식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19세기를 물려받은 20세기의 물질적 기계 문명이 전자문명으로 바뀌었을 뿐 그 근저를 흐르는 물질화적 사고와 의식구조 등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의 지식은 더 정밀하고 치밀하게 물질화의 방편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인간의 심성을 더 황폐화시킬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고 보아야 한다.

여유를 갖고 일을 추진하는 지혜가 아쉬운 시대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기존의 제도와 방식을 뜯어고치고 새롭게 만드는 작업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와 적절한 시기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생(民生)을 위한 것이 오히려 괴로움을 주는 것으로 역진(逆進)하는 결과가 돼선 안될 것이다. 사라진 덕치(德治)의 모습을 부활시키고, 인성의 세계, 정신세계의 회생에도 관심을 갖길 바란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직도 배타적이거나 주변의 구경꾼처럼 서성대고 있는 계층도 끌어들이고 개혁에 참여시키길 기대한다. 모든 것의 성사를 위해서.

<주필>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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