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주택은행 시스템 중심으로 개발한 합병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에 대한 내부 직원들과 고객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통합 후유증이 확산되고 있다.
불만의 대부분이 옛 국민과 옛 주택은행의 업무 프로세스 차이를 조율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나 국민은행이 전산통합후 효과로 기대했던 ‘원뱅크’ 전략은 당분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국민은행이 9월 23일 통합시스템을 오픈한 이후 5일간, 무려 1084건의 시스템 개선 요구가 발생하자 옛 국민은행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1084건 중 214건은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해 기본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개선할 수 없는 사항인 것으로 밝혀졌다.
불만이 가장 많이 접수되는 부문은 인터넷뱅킹과 여신, 외환 업무다.
여신의 경우, 만기전 고객이 상환을 연장하려고 하면 연장이 되지 않는다. 재약정시에는 대출금 전액을 상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고객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만기일에 처리해야 할 서류가 몰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
기업자금대출시에는 여신계좌의 과거 연체내역을 조회할 수 없어 부실 대출을 방조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내포하게 됐다. 계좌번호를 제외한 주민등록번호, 담보현황, 대출현황 등의 정보는 조회할 수 없어 기본적인 고객 응대도 어려운 실정이다.
인터넷뱅킹에서는 통합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을 구분하느라 마이너스대출 통장의 잔액은 모두 ‘0’으로 표시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이 모든 문제는 시스템 자체의 오류 탓이라기 보다 두 은행간 업무 프로세스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짧은 시간안에 시스템 통합을 강행한 결과다.
합병후 늘어나는 전체 거래건수를 처리할 수 있도록 CPU 용량을 맞추는 작업도 간신히 해낸 상황에서 업무 프로세스의 차이를 반영할 여력은 없었다.
지난해 통합작업을 시작할 무렵, 한국IBM은 1년안에 시스플렉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은행은 이 작업을 약 9개월만에 완료해 거래 처리면에서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빠른 시간내에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옛 주택은행 시스템위주로 일괄 통합했기 때문에 옛 국민은행 직원들과 고객들이 “되던 업무가 안된다”고 불평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1084건의 불만 사항 중 옛 주택은행 직원들로부터 접수된 내용은 3건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은행은 통합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개선하기 위해 IT전략팀 내에 IT개선 전담팀을 구성하고 내년 3월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옛 국민은행 노조는 기본구조를 고치지 않고는 개선할 수 없는 업무가 200건이 넘는 만큼 차세대시스템이 완성될 때 까지 여신과 외환 시스템만이라도 옛 국민은행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여신과 외환은 은행의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시스템이므로 어떤 식으로든 빠른 시간내에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 건의가 받아들여지면 국민은행 전산통합에는 약 6개월의 조정기간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
한편 국민은행은 명실상부한 원뱅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차세대프로젝트를 서두를 전망이다.
이미 차세대 준비반을 구성했으며 차세대시스템에 반영할 비즈니스 요건을 정의하기 위해 향후 약 3개월간 맥킨지로부터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다. 차세대프로젝트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6시그마를 활용하자는 내부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