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천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오는 은행에서라면 고객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전화 중계원이 아닐까.
조흥은행의 전화 중계실에 근무하는 이은주씨도 스스로가 은행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사명감으로 업무에 임한다. 물론 전화라는 것은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불쾌하고 터무니 없는 내용도 많지만 그럴수록 은행의 첫 대면자라는 부담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이은주씨는 강조한다.
이곳에서는 10명의 중계인이 2조로 나뉘어 1시간씩 교대 근무를 한다. 1인당 하루 평균 1000통의 전화량을 소화하다 보면 속상한 일이 부지기수다. 다짜고짜 반말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고객, 주기적으로 장난전화를 하는 고객, 매월 말일이면 분당 10건의 전화를 연결해야 하고 전산착오라도 생기는 날엔 전화통에 불이 난다고 한다.
한편 목관리에 대한 나름대로의 비법(?)이 있다. 이은주씨의 경우 뜨거운 물을 자주 마신다.
이은주씨는 행내 직원에게 “내부 직원들만큼은 서로의 번호를 메모해 내선을 이용하면 그 전화를 상대할 시간에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더 상담할 수 있다”라고 부탁의 말을 전했다.
“안녕하세요 조흥은행 이은주입니다”를 하루에도 수백번씩 말하지만 정작 이은주라는 이름은 기억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조흥은행을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얼굴임에 틀림없다.
라경화 기자 harden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