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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e비즈니스 모델 발굴 ‘한심’

김미선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8-11 17:47

BM특허 기업·외국 금융기관이 선점

다양한 인센티브제도·전담 조직 필요



지난해 5월, 국내 은행과 전자화폐사들이 BM(비즈니스모델)특허 때문에 전자화폐 사업 추진 여부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시티은행이 지난 93년 특허출원한 ‘전자화폐시스템’의 국내 등록 심사완료 일자가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BM은 발급, 사용, 정산 등 전자화폐 업무 대부분의 프로세스를 포괄하고 있었다. 시티은행은 지난 91년 미국에서부터 ‘전자화폐시스템’의 특허출원을 시작한 이후 세계 55개국에서 특허를 출원해 미국과 핀란드 스페인 등 10여개 국가에서 등록을 완료한 상태였다.

시티은행 특허가 국내에서 인정돼 특허권을 행사하면 로열티를 지급하느라 전자화폐 발급 비용은 늘어나기 마련이고 이용자가 많아지더라도 손해볼 것이 뻔했다. 금융기관들은 장사 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국내 은행들이 공동명의로 특허내용에 대한 선행기술 입증자료를 특허청에 제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해 일단 사안이 흐지부지됐지만 시티은행의 BM특허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같은 사례는 국내 금융기관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나 관리, BM특허 대응에 얼마나 소홀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금융 BM특허 출원 건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출원하고 등록하는 주체는 금융기관이 아닌 경우가 많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분야별 BM특허 출원 건수는 금융(전체 5962건중 477건)이 1위다.

그러나 기업별로 BM특허 다출 순서를 5위까지 집계해 보면 삼성증권, LG전자, SK텔레콤, KT, 신한은행 순으로 나타난다. 삼성증권과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대기업 계열의 통신, 전자회사다.

전자금융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금융기관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는 통신, 전자회사들이 이미 비즈니스 모델부터 선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 기업이나 외국 금융기관들은 BM특허 전담 조직을 두고 특허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체계적으로 발굴, 관리하고 있다. 시티, HSBC 등은 전담 조직을 통해 BM특허 출원과 방어 방안 수립 업무를 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지난달 특허기술개발 직원들에게 특허 등록으로 발생하는 수입의 10%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인센티브제도를 마련했다.

이에 비해 국내 금융권에는 BM특허 출원 및 관리, 대응 방안을 담당할 조직이나 인원이 거의 없고 특허로 이익을 얻더라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도 전무한 형편이다. 과거 몇몇 시중은행이 BM특허 관련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계속 국내 금융기관이 BM특허 등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관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통신, 전자회사나 외국 금융기관에 신사업을 빼앗기거나 엄청난 비용을 물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에서 은행들이 개발하는 신상품에 대한 독점권 인정 제도를 신설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장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변변한 결과가 없다”며 “인센티브제도와 전담 조직을 도입하는 등 금융권이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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