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하나은행 합병설로 은행권이 또 다시 ‘합병홍역’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합병설은 일부 은행에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은행에게 해당되고 있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합병설이 해당 은행이 합병을 추진하거나 논의를 위해 CEO간에 접촉을 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금융당국이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 우리금융, 신한금융 등 대형 금융기관의 탄생으로 생존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상황을 감안하면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급부상하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울, 한미, 하나, 조흥, 제일은행 등 여러 은행이 얽힌 합병설이 난무하고 있다.
서울은행의 경우 해외매각 무산 이후 조흥,외환,신한금융지주회사 등과의 합병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흥은행은 서울은행 매각이 무산될 경우 서울은행과의 합병에 적극 나선다는 의욕을 보이며 금융당국과 어느정도 의견조율이 끝났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주초부터는 제일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설이 급부상했다. 이와 함께 한미+하나은행, 신한+한미+하나은행간의 합병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제일·하나은행장은 합병을 공식부인했다. 하나은행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합병설을 유포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하려 한다”며 “이럴 경우 은행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은행 경쟁력이 먼저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합병설은 내년 선거와 공적자금 회수, 그리고 연말이라는 시기적 중압감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말에도 금감위장등이 나서 연말 합병설을 연이어 유포하며 결국 국민+주택 합병을 성사시켰다.
올해초 정부는 연말까지 금융권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고 장담했지만 연말을 한달여 남겨 둔 현재까지 뚜렷한 실적이 없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4개 은행을 하나로 통합해 우리금융지주회사를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은행의 매각도 변죽만 울린 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평화은행을 카드사로 전환시켜 한빛은행에 조기합병시키는 것이 그나마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공적자금의 회수가 늦춰지고 있어서 연말까지 합병 등 추가적인 금융구조조정을 단행하지 못한다면 여론의 화살이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계 일부에서는 합병이 어느때 보다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합병을 통한 규모의 성장은 시장확대 차원이 아닌 치열한 금융환경 하에서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