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예탁원이 온라인 외화증권거래를 위한 결제대행기관으로 ‘뱅크오브뉴욕’을 선정하자 국내은행들에게도 외화증권거래 관련 결제업무 취급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은행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향후 대규모 거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외화증권거래의 결제시스템은 국내은행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휘두를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일본 중국 홍콩 등 동 시간대 업무만큼은 국내은행과 외국 은행간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한 외화결제 체제를 구현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탁원은 다음달부터 국내외 투자자들이 신속하게 온라인 외화증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미국 주식보관기관 및 증권회사를 연결하는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4일에는 뱅크오브뉴욕(Bank Of Newyork)을 외화증권거래 HTS 구축을 위한 전용 보관기관으로 선임했다. 대신 리딩투자 E트레이드 등 국내 증권사들은 예탁원의 결제시스템이 갖춰지는 대로 실제 거래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일부 국내은행은 외국 은행이 외화결제시스템이라는 국가적 인프라를 독점하게 되면 향후 수수료 무단 인상, 정보내역 이용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국내은행이 국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국내은행 역시 외화증권거래에 필요한 STP (Straight Through Process), 해외 점포망, 해외 은행과의 파트너쉽, 클리어링 및 결제 부문 전문가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외화증권거래 결제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은행의 요구는 당장 수용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증권회사가 고객의 외화증권을 예탁원이 선임한 외국보관기관에 집중예탁해야 한다는 증권업 감독규정 등 법제도상의 제약, 해외투자자들의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 업무 프로세스가 복잡해지면서 발생하는 고액의 수수료 부담 등 장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증권을 포함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내은행들이 외화증권거래 결제 업무를 취급해야 한다는데는 증권업계도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IMF 당시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도이치뱅크를 비롯한 외국계 은행으로 증권투자 전용 외화계정을 옮겨가 현재는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법인 고객들이 몰려있는 외국계 은행의 눈치를 살피는 입장이 됐다.
국내은행들이 해외 투자자들의 상임대리인 위치를 다 뺏기면서 국내 증권사마저 약자로 전락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 초를 다투며 시간에 쫓기는 업무를 처리해야 결제기술이 발달하는 법이고 실제로 외국에서는 증권쪽 결제 업무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은행으로 취급을 받지 못하는게 현실”이라며 “국내은행이 시티나 도이치뱅크 같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은행으로 크려면 외화증권거래 결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배려라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