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연관된 투기적 선물거래및 공매가 있었다는 루머는 사태 발생 직후부터 국제 금융시장에 무성했으며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몇몇 국가의 증권 당국도 내사에 착수, 의심이 가는 거래 부분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블룸버그가 뉴욕 증시의 거래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사건 발생 하루전 아메리칸 항공사의 주가가 10월20일 전에 3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경우 차익이 생기는 풋옵션 거래의 거래량은 1천535계약으로 통상 거래량의 근5배에 달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유나이티드 항공과 함께 테러범들이 여객기를 납치. 폭파시켜 타격을 입고 있는 당사자들이다. 아메리칸 항공의 17일 종가는 11.70달러가 떨어진 18달러였다. 반면 10월물 옵션은 지난 11일 2.20달러에서 10.50달러로 치솟았다.
유나이티드 항공 10월물 풋옵션은 사건 발생 하루전에는 27계약이 거래됐으나 사흘전에는 무려 2천계약이 손바뀜을 했다. 이 항공사의 17일 종가는 13.32달러가 떨어진 17.50달러였다. 10월물 풋옵션은 90센트에서 12달러로 급등한 상태.
세계무역센터 건물의 22개층을 임대하고 있는 모건 스탠리와 본사 건물이 테러 현장 가까이에 위치한 메릴린치 증권사의 주식에 대한 풋옵션 거래도 통상 거래량보다 최저 12배에서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베어스턴스 증권과 대형 보험중개회사인 마시 앤드 맥레넌사의 옵션 거래도 이상 증가 현상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풋옵션은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 이익을 보는 선물 거래 형태의 하나다. 한편공매도(short selling)란 대주(貸株) 방식으로 거래를 한 뒤 이를 되갚는 방식이다.
공매도의 경우, 주식이나 상품의 현물을 갖지 않거나 가졌더라도 실제로 상대방에게 인도할 의사 없이 증권회사나 중개인에게 일정률의 증거금만 내고 팔았다가 일정기간 후에 환매(還賣)함으로써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하비 피트 위원장은 이같은 루머가 확산되자 17일 `우리의 법집행부서는 루머를 포함해 테러와 연관이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시장행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트 SEC위원장이 언급한 루머는 이번 테러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이 사태발새 직전 대형 보험회사들의 주식을 공매도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항간의 의혹을 지칭하는 것이다.
또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당국도 의심이 가는 테러 발생 전일과 당일의 주식 거래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과 독일 당국이 공조, 뮌헨 재보험과 AXA를 포함, 유럽 보험사 주식을 둘러싼 수상한 거래를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니오 마르티노 국방장관은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뤄지는 투기의 배후에는 테러조직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의 프랑스 하르트만 대변인은 거래소와 사법당국이 사건이 발생한 11일 이전의 거래 내역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영국 금융당국자도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당국들 사이에 대규모의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한편 시카고 선물거래소 대변인은 논평을 하지 않고 있으나 일본 지지 통신 보도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의 토픽스 선물, 오카사 증권거래소의 닛케이 선물 등의 거래 패턴에 대해서 당국의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연방검찰도 이날 테러분자들에 관련된 돈이 스위스 은행들의 계좌로 입금됐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현지 일간지인 블릭이 보도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혐의를 포착하는 것은 시일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일이라는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구체적 물증은 아직 없으며 의혹을 받는 거래마저도 통상적인 시장활동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한 주식투자 전략가는 보험회사 주식들은 테러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실적이 부진해 하락 압력을 받아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당국의 조사는 `2 더하기 2로 5를 만드는 짓`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프랑크푸르트 증시 관계자도 뮌헨 재보험의 거래량이 테러 발생 며칠전에 2배 가량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불법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에도 신뢰성을 부여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테러 발생 전에 보험주에 뭔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일부에서 보험주를 아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메르트방크의 리서치부서 책임자인 마이클 오설리번은 `일부에서 보험주에 대해 공매도를 시도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수의 역외 헤지펀드가 개입될 수 있어 거래 내역을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증권당국자는 국제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건초 속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고 비유했다.
현재 관련당국들은 조사의 범위를 테러범들에 국한시키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증권당국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시세 조종을 꾀한 거래들도 면밀히 주시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